“근무 초기부터 계속되는 괴롭힘에 더 이상 직장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20대 여성 A 씨)
올해 3월부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내부 식당에서 근무한 A 씨는 근무 초기부터 “돼지” “나쁜 X” 등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팔을 때리거나 비틀어 멍이 드는 등 물리적 폭력도 이어졌다. 지속되는 폭력에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내부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이 어렵다’며 자진 퇴사 처리됐다.
이에 A 씨는 관할 노동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사내 자체 조사 이후 해당 사건은 ‘법 위반 없음’으로 행정 종결됐다. 노동청의 현장 조사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청은 “사내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자체 조사를 할 수 있지만 해당 사건의 경우 공정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구체적이지 않은 기준 탓에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증거 요구 등 입증 책임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나 관련인 증언을 확보하기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4년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 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건은 12.8%에 불과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올 8월까지 접수된 신고 3만 843건 중 괴롭힘 인정 건수는 3967건(12.8%)이다. 검찰 송치 후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224건(0.7%)에 그친다. 나머지는 취하되거나(1만 125건·32.8%), 법 위반 없음(8610건·27.9%)으로 판정됐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책임 부담과 더불어 노동청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이슬아 노무사는 “노동청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만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당사자 간의 주장이 다르더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신고 사건이 급증했지만 괴롭힘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사건 처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동위원회 또는 민간 기관을 활용하는 등 괴롭힘 사건 처리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