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조합 지형의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차기 위원장 선거에 돌입했다. 선구 구도는 2파전이다. 둘 중 누가 되더라도 현 정권을 규탄하는 민주노총 노선은 변함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는 전통적으로 대(大)공장·남성 정규직 근로자 중심이던 민주노총 내부에서 여성과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민주노총은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직선 4기 임원 선거 입후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직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은 양경수·박희은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위원장 도전을 공식화했다.
민주노총은 현 정권 퇴진을 내걸 만큼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위원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합원은 293만 3000명이다. 이 중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41.3%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42.2%)과 노조 지형을 양분한다.
두 후보는 모두 출마의 변으로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이날 공동 결의문에서 “선거 운동 기간을 정권 퇴진 운동 기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위원장 선거 기간인 다음 달 11일 대규모 도심 노동자 집회도 연다. 민주노총은 약 2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두 후보 모두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취약 계층 보호를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양 후보는 기아 비정규직 출신이다.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위원장은 양 후보가 처음이다. 양 후보는 “민주노총 내에도 깔린 남성과 대공장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 전략사업실장을 지내는 등 여성과 이주노동자 보호에 힘썼다. 박 후보는 “(전통적인) 민주노총의 중심 의제에서 벗어난 투쟁을 해왔다”고 했다.
두 후보의 출마는 민주노총과 노조 전체 변화의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 노조 조직률은 약 14%에 불과한데 이들 노조도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쏠려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활동이 비노조원과 임금 격차를 확대한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 구조적 배경이다. 그동안 두 노총은 비정규직·여성·고령층·장애인 등 취약 계층 보호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 후보 모두 선거에서 이기면 각각 재선 위원장(양 후보), 여성 위원장(박 후보)이라는 최초 타이틀을 얻는다. 선거는 다음 달 21~27일 현장·전자·우편 투표로 이뤄진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약 101만명이 투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