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말 국내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2종을 출시한다. 내년 초 프리미엄(고급형) 신제품 ‘갤럭시S24’ 시리즈를 내놓기 전 제품 공백을 메워 애플 ‘아이폰15’에 맞서는 동시에, 비싼 단말기 가격이 가계통신비 부담의 주범이라는 정치권 비판에 대응할 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KT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점프3’를 연말에 출시한다. 갤럭시점프3는 해외에서 ‘갤럭시M44’로 알려진 제품으로, 지난달 국내 전파인증을 받았다. 외신에 따르면 갤럭시S21에 들어갔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 퀄컴 ‘스냅드래곤888’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 이동통신(5G)도 지원한다.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연내 KT와 40만 원대 중저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 정보도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80만 원대의 또 다른 신제품 ‘갤럭시S23 팬에디션(FE)’도 조만간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닥을 잡아, 출시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에 임박해 이뤄지는 전파인증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S23 FE는 FE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FE는 원가를 절감하되 AP,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사용자가 체감하기 쉬운 사양만큼은 고급형 수준의 성능을 계승한다는 특징을 가졌다. 갤럭시A나 M 시리즈와 비교하면 매스프리미엄(준고급형)에 가깝다. 갤럭시S23 FE의 출고가는 미국 기준 599달러(약 81만 원)로 갤럭시S23 기본형(799달러·약 108만 원)보다 약 25% 저렴하다. AP는 삼성 ‘엑시노스2200’ 또는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했다. 갤럭시S23의 ‘스냅드래곤8 2세대’보다는 한 세대 뒤처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FE를 이달 5일부터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국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였지만 아직 국내 출시는 공식화하지 않았다. 110만 원대 갤럭시S23이나 60만 원대 ‘갤럭시퀀텀4(A54)’와 수요가 겹칠 우려가 있고 국내에서는 프리미엄폰의 인기가 높은 만큼, 애매한 가격대의 FE 출시를 두고 삼성전자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FE를 출시하지 않았으며, 그보더 앞서 FE와 비슷한 가격대인 ‘갤럭시A7X’, ‘갤럭시A9X’ 시리즈의 신제품 출시도 중단한 바 있다.
두 중저가 신제품 출시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단말기는 고가 위주로 많이 출시되고 중저가는 덜 출시되는 경향이 있어서 제조사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단말기 가격은 5G 요금제와 함께 통신비 인상의 원인으로 인식된다. 이에 삼성전자도 중저가 제품군을 다양화할 필요이 커진 상황이다.
전날 국정감사에서도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상반기 월 평균 가계통신비가 2019년 상반기보다 10.1% 증가했다”며 “이는 물가상승을 유도해 서민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단말기 가격을 10% 이상 올렸고 중저가 제품은 출시하지 않아 소비자 부담을 늘렸다”고 말하는 등 삼성전자를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강 부사장이 갤럭시점프3 출시 계획과 함께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참고인으로 나온 김지형 SK텔레콤 부사장도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갖고 있어서, 제조사와 좀더 협조해 중저가 단말기가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