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년 금리 인하 물 건너가나…“韓, 2025년 상반기에 물가목표 도달”

한은, 글로벌 IB 전망치 중간값 공개

미국은 2026년, 유로는 2025년 하반기

중동 사태로 유가 불확실성 점차 고조

“유가·환율 올라 디스인플레 길어질 수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0%에 수렴하는 시기가 2025년 상반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사태가 점차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오를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이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최소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주요 예측기관들은 물가목표 2% 도달 시점을 미국은 2026년경, 유로지역은 2025년 하반기, 한국은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 12~50곳에서 내놓은 예측치의 중간값이다. 이는 중동사태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이스라엘의 지상전 돌입 등 최근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주요국마다 물가목표 수렴 시점이 다른 것은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요인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로 지역은 수요와 임금 압력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서비스물가에 비해서 근원상품물가의 오름세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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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방 리크스가 커진 가운데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가·환율 상승으로 헤드라인 물가 충격뿐만 아니라 이차파급효과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식량가격 변동성 확대도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달 초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말에 물가가 목표치인 2%대로 수렴할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물가목표 수렴 시기가 늦어질수록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목표 수렴 시기가 1년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국내 물가가 목표에 수렴하더라도 미국은 인플레이션으로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진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금리 인하를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한은의 물가 예상치는 다음 달 경제 전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는 각각 3.4%, 2.4%인데 모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8월 한은 전망 당시 하반기 국제유가 전제치가 배럴당 84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미 9월과 10월 평균 유가가 92달러를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전제와 상황이 달라지면 이에 따라 11월 물가 전망도 당연히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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