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부채 200조 한전 3분기 잠깐 흑자…이후 ‘적자 지속’ 전망

고유가·고환율 악재에 올해만 7.5조 적자 전망

'조직축소·희망퇴직' 자구안 후 임금 인상 관측





총 부채가 200조 원 이상인 한국전력(015760)이 올해 3분기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10개 분기 만에 적자 흐름을 끊어내는 것이지만, 다음 분기에는 고유가·고환율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석 달 새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을 집계한 결과 한국전력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 7094억 원, 1조 5561억 원으로 추산된다. 내달 10일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경우 10개 분기 만에 적자 흐름을 끊게 된다.



다만 이는 반짝 흑자에 그친다.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가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 영향이기 때문이다. 한전 수익 구조 악화에 직격탄이 되는 고유가·고환율 환경으로 인해 4분기에는 다시 6000억 원대 영업손실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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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한전의 수익 구조가 장기간 훼손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3분기 흑자 전환 예상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며 “유가 상승을 비롯해 에너지 가격 변동이 커지는 가운데 당장 연말에는 2024년 사채 발행 한도 문제에 다시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4분기 이후 수익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한전은 올해 원·달러 환율과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이 각각 평균 1270원, 82.8달러임을 전제로 중장기 재무 계획을 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이상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초래한 불확실성에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등락 중인 데다 추가 상승 불안감도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한전은 2021∼2022년 두 해에만 38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봤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만 8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시장 전망대로라면 3분기 1조 5000억 원대 흑자를 잠깐 내더라도 올해 연간으로는 7조 5000억 원대 적자를 추가로 내게 된다. 적자 누적으로 적립금을 까먹는 구조가 계속되면 전력 인프라를 책임지는 한전이 내년부터 회사채를 찍어내 이자를 갚는 ‘돌려막기’마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정부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겨울이 오기 전 전기요금 인상을 할 수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의에 “그걸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답해 연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전이 조만간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고 나서 정부가 연내 전기요금 인상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한전은 최근 역대 두 번째 희망퇴직 시행, 영업망 광역화를 통한 조직 슬림화 등 내용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 정부와 관련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 쪽으로 방향이 잡혀도 인상 폭을 두고는 정부와 한전 사이에 간극이 큰 편이다.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한전이 제 기능을 못 해 전력 생태계가 붕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정상화'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원가량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의 키를 쥔 방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 때 “그런 정도의 인상률은 국민 경제가 감당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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