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이후 600여 명의 탈북민을 강제 기습 북송한 데 이어 수백 명을 추가로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올 9월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강제 북송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위해서는 중국의 탈북민 북송을 막아야 한다. 중국의 탈북민 정책이 변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1951년 유엔이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의하면 북한의 억압적 통치와 생활고를 고려해 탈북민은 난민에 해당하지만 중국은 탈북민을 불법 월경자로 간주해 이러한 난민 지위를 부정하고 북한에 강제송환하고 있다. 이는 난민 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이다. 중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누구보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인식 변화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탈북민 정책이 달라진다. 중국은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것과 중국이 최근 탈북민을 강제 북송한 것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데는 우리 책임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다른 외교적 접근을 해야 한다.
첫째, 강제 북송을 저지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정부가 비정부기구(NGO), 인권 단체와 연대해 중국에 구금된 탈북민의 구체적 인적 사항과 소재지를 확보해 이를 토대로 중국 정부에 탈북민의 신병 확보를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협력과 연대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둘째, 한중 관계에 있어 재중 탈북민 문제가 중요한 의제임을 중국 정부에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탈북민을 전원 수용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밝혀왔다. 대한민국 정부는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며 탈북민의 자기 의사에 반한 북송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셋째, 국제 무대에서 강제 북송 문제를 이슈화해야 한다. 올해 말 유엔총회에서 다뤄질 북한 인권결의안이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열릴 미중정상회담에서 강제 북송 문제가 의제화되도록 미국에 요청하는 것도 적잖은 압박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일관되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가치외교를 추진해나간다면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들이 석방돼 대한민국 또는 제3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중국 정부가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중지할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인 해법과 결기를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