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수백 편의 수채화와 시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헤세는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에서 “펜과 붓으로 작품을 하고 있을 때가 포도주에 취한 것처럼 삶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며 정원을 가꾸면서 창조의 기쁨과 우월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원 가꾸기는 노동을 통한 휴식이며 만들기는 탐색하는 능력과 생각하는 손의 능력을 깨워준다. 장인의 공방은 일과 놀이가 병합된 철학하는 작업장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세조차도 지친 노년의 영혼을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회복하면서 삶을 위로 받았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회가 고독의 유행병(loneliness epidemic)에 걸려 있으며 이렇게 사회적 고립감이 지속될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서 통계개발원의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사회적 고립감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이 유행하고 핵개인화가 만연한 시대에 개개인의 행복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예술이 지닌 ‘건강한 회복력’과 우리 사회가 지향할 ‘지속 가능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이나 체험 활동은 개인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의 취향에 따라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 그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그 경험 안에서 우리는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개인의 삶의 질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은둔·고립·자살·고독사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사회적 고립감과 단절’을 상쇄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문화예술을 통한 ‘느슨한 연대(weak ties)’가 필요하다. 느슨한 연대는 서로 연결은 됐으나 너무 긴밀하거나 종속되지 않은 네트워크를 말한다. ‘따로 또 같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서로 고립되지 않고 연결될 수 있다.
문화예술은 ‘느슨한 연대’가 활발히 이뤄지는 대표적인 분야다. 합창이나 오케스트라 등의 아마추어 클럽이나 프로젝트그룹의 자발적 예술(voluntary arts) 활동도 이에 속할 수 있다. 창작 생태계에서 사람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새로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일명 ‘컬렉티브(collective)’라 불리는 강제성이나 제도적 규제가 없는 상호 합의 기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예술에 몰입하고 이합집산하는 자유롭고 느슨한 연대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관계의 회복과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