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 폭력 조직 중 하나인 ‘칠성파’ 조직원이 서울에 있는 벤처캐피털(VC) 관계자를 공갈·협박해 금품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조직원은 투자금의 2배 이상을 요구함은 물론 폭력을 휘두르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자신의 동거녀를 벤처기업에 취업시키기도 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강북경찰서는 수백억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VC 부사장을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A 씨는 부산 칠성파의 서울사무소 관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초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하며 VC 부사장인 B 씨의 대주주 지분 인수 과정에 5억 원 상당을 투자했다. 문제는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당시 지분 매도인의 대리인이 위임장을 위조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하자 A 씨는 돌변해 자신이 투자한 5억 원과 기대 수익 5억 원을 합해 총 10억 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A 씨는 무리한 요구뿐 아니라 폭력 행사를 암시하며 겁박했다. 지난해 11월 A 씨는 B 씨에게 “10억 원을 주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협박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내가 깡패인데, 지금까지 모든 문제는 법이 아닌 주먹으로 해결해왔다. 이 문제도 주먹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압박했다. 더구나 자신의 동거녀를 해당 VC에 채용해 연봉 8000만 원의 급여를 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실제 B 씨는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비상근 직원으로 A 씨의 동거녀를 채용해 수개월간 매월 300만 원을 줬으며 A 씨에게는 1억 원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의 대리인인 강봉성 법률사무소 보정 대표변호사는 “해당 VC에 지분을 투자한 A 씨는 투자 사업의 실정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면 지분대로 수익을 배분받고 투자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B 씨는 A 씨가 소속 폭력 단체의 자금 운영을 책임지는 ‘중간 보스’의 지위에 있음을 뒤늦게 알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칠성파는 1950~1960년대 결성돼 당시 부산의 중심 지역 유흥가를 무대로 활동한 조직이다. 1970년대 초반 조직을 장악한 뒤 유흥업소와 오락실 사업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다른 조직들을 제압하며 전국구로 영향력을 넓혔다.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B 씨는 해당 사건으로 만성 불안과 우울 장애를 호소하며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관계자 조사 등 추가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과 관련해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편 조직폭력 범죄와 조직폭력 가입 인원은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조직폭력 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조직폭력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020년 2817명, 2021년 3027명, 2022년 323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신규로 폭력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인원도 지난해 244명으로 2021년에 비해 20.1% 상승했다. 조직범죄를 다수 다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요즘 조직들은 과거처럼 단순 폭행만으로 돈을 갈취하지 않고 일종의 경제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능·기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