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의약품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 의약품 우수 규제기관 목록(WLA)에 등재됐다. WLA는 WHO가 규제 당국의 규제 수준이 우수하다고 인정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한국이 WLA에 등재됨에 따라 K바이오의 동남아 국가 등 ‘파머징 마켓’ 진출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WLA에 등재됐다고 1일 밝혔다. WLA는 WHO가 의약품 규제기관의 규제시스템과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 규제 수준이 뛰어난 규제 기관을 목록화한 것이다. WHO가 한국을 우수한 의약품 규제를 갖춘 국가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규제 기관에서 심사한 의약품을 수출국에서 우호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WLA 등재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규제 당국에 WLA 등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선진 의약품 국제협의체(ICH) 회원국 중심의 선진규제기관국(SRA) 국가에서 포함되지 않아 의약품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SRA 국가는 UN 산하기관에 의약품·백신 조달에 입찰할 경우 WHO 품질인증(PQ) 등이 면제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SRA 국가에 포함되지 않아 이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규제 당국이 우리나라의 규제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강조하더라도 그렇게 볼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WLA 등재가 이뤄짐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WLA 등재 이후 해외 진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중남미 등 국가에서는 여전히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과 규제 수준을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의약품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 해당 국가들은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국내 제약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시장이다.
WLA 등재가 이뤄지면서 규제 당국은 참조국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참조 국가에 포함시킬 경우 우호적인 의약품 허가 심사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WLA 등재 이후 참조국 확대까지 된다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