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4세인 야마시타(가명)씨는 도쿄도의 한 타워맨션 관리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같은 맨션에서 일하는 동료들보다 나이는 훨씬 많지만, 이곳에 재취업할 수 있던 이유는 맨션관리 분야에서 일찌감치 쌓은 경력 덕분이었다. 야마시타씨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맨션 관리업에 종사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에 취직해 '가늘고 긴' 사무직 인생을 59세까지 이어왔다. 그러나 더 올라가지 못하는 만년 부장으로서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야마시타씨는 임원으로 회사에 남아있거나 유사업종 중소기업의 임원으로 옮기는 동료들을 보며 자신의 길을 고민했다. 사무직으로 살아 남는 길을 택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자신을 불러주는 다른 업역으로 갈 것인가. 결국 그는 후자를 택했고 상대적으로 연령에 관대한 맨션 관리업으로 제2의 경력을 쌓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이 분야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15년차. 그는 그 사이 세 번이나 회사를 옮겼고 현재는 단기 계약직으로 파트타임 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상사를 퇴직하고 전직을 준비할 때 더 이상은 내가 '화이트 컬러'가 아니라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면서도 "70대 이후,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불안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현장에서 뛰는 커리어로 바꿨다"고 말했다.
2일 글로벌 구인검색엔진 인디드 재팬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에 거주하는 60~89세 3만198명을 대상으로 시니어 세대의 구직활동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60세 이상 구직자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48.5%가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찾는 중이라고 답변한 응답자 1579명에게 실제로 채용으로 연결됐는지 묻자 27.0%가 "불합격했다"고 답변했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이 많지만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정년이 지난 후 다시 취업할 때는 오래 일할 수 있는 업무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비슷한 나이의 시니어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 즉 정년 65세 전후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일본에는 정년퇴직한 이후 재취업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공공직업훈련이 있다. 국가가 실업급여 수급자들에게 제공하는 재취업 교육으로, 시니어 전용 코스를 마련해 둔 곳도 있다. 도쿄도 공공직업훈련학교인 '도립직업능력 개발센터'는 50세 이상의 수강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를 운영 중인데 이 중에서도 빌딩 관리인으로 취직할 수 있는 빌딩관리과, 전기설비 관리과, 정원관리사로 취직이 가능한 정원시공관리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도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중장년내일센터나 서울의 50플러스센터 등 시니어 취업을 지원하는 기관이 곳곳에 있다.
후쿠치 켄 아오조라 컨설팅 고문 노무사는 "65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이어나가고 싶은 경우에는 정사원을 고집하지 않고 빨리 전직을 준비하는 것이 팁"이라며 "제2의 경력이 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미리 자격증 등을 준비하면 해당 업계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수입 면에서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