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024110)이 최근 2년 동안 벤처기업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업체)을 키워내고 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도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9월 말 현재 벤처투자에 약 4868억 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이 6978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2년 간 투자한 금액만 약 1조 1846억 원에 달한다. 이는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간접투자와 벤처·스타트업 지분을 취득하는 직접투자 금액을 합한 금액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조성하는 벤처펀드에 대규모 자금 출자를 결정, 원활한 펀드 결성을 도왔다. 실제 기업은행의 올해 벤처펀드 출자 금액만 3000억 원을 웃돈다. 앞서 기업은행은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와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 등이 조성한 벤처펀드에 각각 500억 원을 출자했다. 그동안 벤처펀드에 100억 원~300억 원을 출자해 왔던 까닭에 당시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에이티넘과 컴퍼니케이는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각각 약정액 8000억 원 규모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 2023'과 1320억 원의 ‘IBK-컴퍼니케이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했다.
기업은행은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조성하는 '아이비케이-스톤브릿지 라이징 제2호 투자조합'에도 300억 원을 베팅했다. 해당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디지털 전환 관련 분야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올해 핵심 경영 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기도 했다.
DSC인베스트먼트(241520)와 K2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도 기업은행의 출자 결정에 힘입어 대형 펀드 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약 2000억 원 규모 세컨더리펀드 결성을 진행 중인데 최근 기업은행으로부터 200억 원의 출자를 확약 받았다. K2인베스트먼트는 두 개의 펀드에 100억 원씩 연속으로 기업은행의 출자를 받았다. 기업은행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조성하는 1500억 원 규모 바이오펀드에도 수백 억 원 규모의 자금을 댈 예정이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와 린드먼아시아(277070)인베스트먼트, 에이벤처스, 카스피안캐피탈, 지유투자 등도 올해 기업은행의 도움으로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최근 여러 펀드의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업계에서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며 “VC들이 펀드 결성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출자자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스타트업 직접 투자도 활발히 진행했다. 주요 투자처로는 디오리진과 더파이러츠, 사운드플랫폼 등이 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벤처와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미래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