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글로벌 광물戰 격화에도…'국가 비축기지' 속도 더딘 이유는 [뒷북경제]

新 비축기지 예타 13개월째 진행 중

정부 "이달 내 완료" 의견 전달

예산시한 넘길땐 부지 매입 비상

완공 미뤄지면 비축 계획도 '흔들'





“핵심 광물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한 말입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희토류·리튬 등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핵심 광물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맥락으로도 해석됐습니다.

올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 광물 비축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한 이유입니다. 비축 대상 광물을 2022년 19광종 28개 품목에서 2031년 20광종 35개 품목으로 늘리고, 비축량 역시 100일분(중희토류는 180일분)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를 위해 실제 정부는 내년 한국광해광업공단에 올해보다 526% 많은 2331억 원을 출자해 리튬 24일분(5.8일분, 이하 9월 기준), 갈륨 60일분(40일분)과 희토류 1년분(중희토류 180일분·경희토류 72일분)을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사진이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새만금 핵심 광물 비축 기지’ 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져, 광물을 들여와도 보관할 장소가 없는 탓입니다. 이 사업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총 2782억 원을 들여 새만금에 핵심 광물을 보관할 비축기지를 세운다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 광해광업공단이 운용 중인 군산 비축기지의 포화도는 98.5%나 달할 정도로 꽉차서 새 보관 장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새만금에 들어설 비축기지는 5만 7173평(대지 기준) 규모로 군산 비축기지(1만 5292평)보다 약 4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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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사전에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사업을 진행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예타가 13개월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예타는 원칙적으로 9개월 이내, 필요시 18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예타가 대체로 1년 내에 마무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비축기지에 대한 예타가 길어지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축기지 완공시점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예타가 마무리되지 않아 비축기지 건설의 첫 단계인 ‘부지 매입 비용’마저 내년도 예싼안에 반영되지 못한 탓입니다. 만약 예타가 18개월을 꽉 채워 내년 3월에 완료되면 예타를 통과하더라도 예산이 없어 사업이 1년씩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최근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예타를 실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측에 가능한 한 이달 내로 예타를 마쳐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령 올해 통과되더라도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에 사업 예산을 추가하기 위해 국회에 일일이 협조를 구해야 할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비축 기지 완공이 늦어지면 광물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광해광업공단이 조달청으로부터 임차해 운용 중인 군산 비축 기지는 포화도가 98.5%입니다. 내년 예산에 반영된 추가 비축 물량을 들여오면 꽉 차게 되죠. 즉 중장기 계획에 따라 비축을 확대하려 해도 내후년부터는 광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보관할 장소가 없는데 추가 비축을 위한 돈을 달라고 예산 당국에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중장기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정부도 KDI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이 정확한 방법론에 따라 꼼꼼하게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며 “기지에 들어갈 20개 광종의 비축에 따른 경제효과는 어떤지 각각 분석해야 한다는 점 또한 조사가 길어지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핵심 광물은 쌀 등 식량처럼 국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은 아니다”라며 “비축에 따른 효과가 특정 산업의 소수 기업에 국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 중 하나”라고 추측했죠.

하지만 국가 간 핵심 광물 수급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첨단산업 육성, 서구권의 자체 공급망 구축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광물에 대한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미국과 유럽은 일찌감치 광물 수급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인 비축 기지마저 이제야 구축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참 뒤처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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