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격이 낮을 때 전기차에 넣어둔 전기를 개별 가구나 빌딩에서 사서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전기차가 일종의 전기저장장치(ESS)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열린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수소·에너지 △순환경제 △생활서비스 분야 총 47개 과제를 심의·승인했다. 전기차의 용도를 운송수단에서 에너지 공급수단으로 확장하고 악취,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신공법으로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등 47개 신산업 프로젝트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에 돌입하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란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면제하는 제도다.
이번 회의에서는 충전된 전기차를 마치 이동식 분산형 전원처럼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집중 논의됐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양방향 충전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충전기·플랫폼을 통해 계통(V2G), 가정(V2H), 건물(V2B)에 공급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실증할 계획이다. 전기차가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국내 첫 사례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전국 130개 장소에서 관련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 110대에 발전자원 지위를 부여하는 조건부 특례를 승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용자는 전기차 실질구매비용 절감,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 확산, 전력시장은 (전력)피크완화의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전력시장 관련규정 준수, 체리피킹·역송 방지 대책 마련, 실증구역 명시 등’의 부대 조건을 달았다.
이뿐만 아니라 티비유와 기아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전력으로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실증한다. 서울, 경기, 포항, 제주도 내에서 최대 20대의 차대차(V2V) 충전기술이 구현된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경동개발과 바이오씨앤씨는 각각 소똥과 닭똥을 350℃ 이상의 온도에서 열처리해 펠렛 형태의 고체비료(bio-char)로 생산하는 신공법을 실증한다. 현행 법령상 가축분뇨는 퇴비, 액체비료, 바이오가스, 고체연료의 방식으로만 처리할 수 있다. 이에 유사 시설의 기준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한시 예외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