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대구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남 창녕군 소재 보그워너 사업장. 공장에 들어서자 로봇이 정교한 작업을 하는 통합구동모듈(iDM) 조립 라인이 눈에 확 들어왔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감속기·모터·인버터 등 주요 부품이 조립되면서 하나의 통합구동모듈이 탄생했다. 직원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일부 공정만 제외하면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제조를 전담하고 있었다.
보그워너는 한국에만 창녕 등 8개 사업장을 보유한 세계 20위권의 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다. 국내 주요 사업장 중 하나인 창녕 공장에선 연간 6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통합구동모듈 생산라인을 비롯해 약 39만㎡의 부지 규모를 갖췄으며 20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창녕 공장의 경쟁력은 통합구동모듈 라인 마지막에서 확인된다. 자동화 장비에서 얇고 길쭉한 장치가 빠져 나와 모듈에 도킹해 동력 축을 실제 주행할 때처럼 빠르게 회전시킨다. 완성된 모듈의 성능과 소음 발생 정도를 점검하는 절차다. 빠른 속도에도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엔진과 달리 작은 소음만 들렸다. 전기차의 정숙성을 결정 짓는 핵심 부품이 통합구동모듈임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김동희 보그워너창녕 대표는 “개별 공정이 진행될 때마다 작업을 제대로 실시했는지 검수하는 디지털 인프라를 공장에 구축했다”며 “불량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자신했다.
통합구동모듈은 ‘PE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전기차 핵심 부품이다.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팩과 통합구동모듈을 합쳐 하나의 전기차 플랫폼이 완성된다. 보그워너의 통합구동모듈은 고효율 경량 구조로 설계에 따라 전기차의 전면이나 후면 축에 간단하게 결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고 있다.
보그워너는 한국을 전동화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창녕군과 426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해 창녕 공장의 전기차 부품 생산 능력을 확대키로 했다. 신 공장은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하반기부터 모터, 인버터 등을 양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구에 미래차 전동화 부품 연구·개발(R&D) 센터도 건설 중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전동화 전환의 큰 교두보”라며 “국내 연구소에서 희토류 영구 자석이 없는 차세대 모터를 선행 개발하는 등 전기차 부품 생산 및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