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의 LG유플러스(032640)가 회사채 수요예측서 모집액의 7배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회사채 투자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우량채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2년물 만기에서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물량을 채웠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날 1000억 원을 모집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68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만기는 200억 원 모집에 1200억 원, 3년물은 500억 원 모집에 2900억 원, 5년물은 300억 원 모집에 27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LG유플러스는 조달한 자금으로 내년 1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1700억 원 규모 채무를 상환할 계획인데, 수요예측서 주문 물량을 넉넉히 받은 덕에 13일 최대 2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희망 금리 범위로 개별 민평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다. 그 결과 2년물은 +5bp, 3년물은 -1bp, 5년물 -1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올 1월과 6월 수요예측 때 모든 만기 종목에서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으로 물량을 채웠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4.2%대였던 2년물 금리는 전일 민평 4사 기준 4.516%로 약 30bp 올랐다.
당초 LG유플러스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금융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조달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달 22일 최상위 신용등급(AAA)의 SK텔레콤도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일부 종목에서 오버발행이 발생해 시장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의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 시기까지 겹쳐 지금은 LG유플러스 같은 우량기업들만 회사채 조달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나머지 기업들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발행을 통해 내년 초까지 버티기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CP·전단채 순발행액은 총 9조 3161억 원으로 집계됐다. CP·전단채는 8월(3조 622억 원)·9월(3조 7582억 원) 2개월 연속 순상환 흐름을 나타냈으나 3개월 만에 순발행 기조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