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생카’ ’팝업스토어’에 열광…공간에서 재미 찾는 잘파세대

[잘파세대의 '잘 파는 세대'-2편]

“사람들은 결국 콘텐츠만으로도 움직여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펀슈머의 대표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는 재미있는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공간’에서도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공간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잘파세대는 관심 대상의 ‘생일카페’를 열어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재미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팝업스토어’ 열풍이 시작됐다.

포토존· 음료 시음·취향 맞춤 큐레이션까지...잘파세대 사로잡은 팝업스토어





지난 9월 2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진행된 진로의 ‘새로 02-57’ 팝업스토어 입구. 방문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차민주 인턴기자지난 9월 2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진행된 진로의 ‘새로 02-57’ 팝업스토어 입구. 방문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차민주 인턴기자




팝업스토어(Pop-up Store)란 웹페이지의 팝업 창처럼 단기간(통상 2~6주) 운영됐다가 사라지는 오프라인 매장을 말한다. 공간체험과 스토리를 결합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어 기업에게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소비자에게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서울경제신문 인턴기자가 ‘팝업의 성지’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찾았던 당시에도 식음료부터 패션까지 다양한 분야의 팝업스토어가 거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9월 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진로의 ‘새로 02-57’ 팝업스토어 입구에는 입장을 대기하는 방문객들이 줄 지어 선 모습이었다.

파페치 팝업스토어에서 음료 시음으로 줄을 선 방문자들(왼쪽)과 포토부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방문자들. 사진=황민주 인턴기자파페치 팝업스토어에서 음료 시음으로 줄을 선 방문자들(왼쪽)과 포토부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방문자들. 사진=황민주 인턴기자


명품 전문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파페치’도 지난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첫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에어드랍 스페이스에서 열린 파페치 팝업스토어는 파페치의 브랜드 큐레이션과 체험을 통해 방문객들의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1층에서 5층까지는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진촬영부터 커피·칵테일 시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로 꽉 채워졌다.

가로수길에 놀러왔다가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주혜인(22·여)씨와 정민석(26·남)씨는 2층 체험존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정씨는 “놀러가는 동네에 팝업스토어가 있으면 들어가보곤 한다. 최근 성수와 압구정을 갔는데 가는 곳마다 있어서 많이 방문했었다”고 했다. 주씨는 “파페치는 모르고 왔는데 1층부터 둘러보고 다니면서 신기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어 재밌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파페치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김승영(26)씨는 “취향을 큐레이션 해주는 팝업스토어의 컨셉이 흥미로워서 파페치를 검색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팝업스토어의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한 사람들 ‘프로젝트렌트’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고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데 ‘팝업스토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발견한 사람들이 있다. ‘오프라인 콘텐츠 플랫폼’ 프로젝트렌트(이하 렌트)다.

렌트는 오프라인 공간을 거점으로 팝업스토어 임대 사업과 대행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기업이다. 팝업스토어를 원하는 클라이언트에게 공간을 대여하는 동시에, 그 공간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으로 재구성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성수동 일대를 오늘날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이끈 주역도 렌트였다. 프로젝트렌트 1호점이 성수에 들어서면서, 팝업스토어에 대한 잘파세대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1세대가 된 렌트가 지금까지 운영한 팝업스토어는 약 250회에 달한다.

22DAYS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프로젝트렌트 제공22DAYS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프로젝트렌트 제공


최원석 렌트 대표는 '오프라인 인스타그램'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렌트를 창업했다. 최 대표가 2018년 처음 진행한 팝업스토어 '22DAYS'가 계기가 됐다. 당시 최 대표는 소규모 비즈니스를 알리는 창구로써 오프라인 공간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때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공사예정지가 최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최소한의 가구와 조명을 놓고, 최 대표가 평소 알리고 싶었던 소규모 카페와 서점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최 대표는 22일 간 공간이 운영된다는 점을 착안해 이곳의 이름을 '22DAYS'라고 지었다.

22DAYS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2일 동안 무려 약 1만 명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이에 최 대표는 한정된 기간 동안 운영되는 공간이더라도 예쁜 인테리어와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렌트는 ‘브랜드의 색깔을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팝업스토어 공간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성수동에 프로젝트 1호점을 열었다.

프로젝트렌트와 매일유업이 진행한 ‘카페 어메이징 오트’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프로젝트렌트 제공프로젝트렌트와 매일유업이 진행한 ‘카페 어메이징 오트’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프로젝트렌트 제공



지난해 10월 렌트와 매일유업이 선보인 ‘카페 어메이징 오트’ 팝업스토어는 ‘맛있는 비건’을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 귀리우유(오트밀크)를 활용한 색다른 경험으로 ‘비건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지우려는 시도였다. 우선 드라이 귀리 2500단으로 팝업스토어 내부를 꾸미고, 귀리밭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재현해 공간의 차별성을 확보했다. 또 소비자들이 귀리음료로 만든 라자냐, 케이크, 양갱, 스콘 등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먹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은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한 동시에 비건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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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렌트와 가나초콜릿이 진행한 팝업스토어 ‘가나초콜릿하우스’ 현장. 사진=프로젝트렌트 제공프로젝트렌트와 가나초콜릿이 진행한 팝업스토어 ‘가나초콜릿하우스’ 현장. 사진=프로젝트렌트 제공


‘가나’보다 ‘초콜릿’을 앞세운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스토어도 마찬가지다. 렌트는 초콜릿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전달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와 이어지는 핵심 메시지라고 봤다. 가나초콜릿을 활용한 이색 디저트와 음료를 맛보고, DIY클래스, 포토부스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이유다. 2만 명을 웃도는 누적 방문객을 모은 힘은 재미있는 경험을 향한 소비자 수요를 메시지와 결합한 기획력에 있다고 최 대표는 평가했다.

최 대표는 렌트의 행보를 밝히며 줄곧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란 브랜드나 상품 자체를 홍보하는 ‘판촉’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브랜드의 가치나 메시지를 소비자에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최 대표는 “성수는 판촉 형태의 팝업이 과잉된 상태”라며 “앞으로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내가 원하는 공간을 내 손으로…‘생카’로 향하는 잘파세대


팝업스토어 열풍이 비단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직접 꾸리는 개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연예인 팬덤의 '생일카페' 문화가 대표적이다.

'생일카페'란 연예인 팬덤문화 중 하나로, 팬덤이 연예인의 사진이나 굿즈 등으로 꾸며진 카페에 모여 생일, 데뷔일 등을 기념하는 행사를 말한다. 최근에는 식당, 꽃집 등 카페가 아닌 곳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리면서, 장소와 상관없이 팬심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모두 ‘생일카페(생카)’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 연예인의 기념일에 맞춰 단기간 진행되고,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팝업스토어와 닮았다.

대부분의 생일카페는 팬덤 내 개인 혹은 2~3인 규모의 소모임이 직접 주최한 행사였다. 주최자가 카페 선정부터 공간 기획, 굿즈 준비, 행사 공지까지의 모든 과정을 맡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각 생일카페의 특색이 될 만 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도 주최자의 몫이다. 다만 많은 팬들이 카페를 방문해 발생하는 수익은 일반적으로 카페 점주에게 돌아간다. 수익과 상관없이 개인의 관심사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데 목적을 둔 점은 기업의 팝업스토어와 결을 달리 한다.

지난 9월 인턴기자가 방문한 생일카페 현장은 카페를 찾은 팬들로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입구부터 연예인의 사진이 크게 인쇄된 포스터가 이목을 끌었고, 카페 내부 곳곳에는 연예인의 사진이 인쇄된 컵홀더로 꾸며진 공간이 눈에 띄었다. 한 켠에는 연예인이 활동한 앨범이나 작품, 화보 등을 한 데 모아 전시해두기도 했다. 연예인의 이름 혹은 특징을 딴 음료와 디저트도 독특한 매력을 자아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생일을 맞은 연예인이 보일 정도로 여러 사진과 상징들이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NCT 재민 생일카페(왼쪽)과 더보이즈 현재 생일카페. 사진=김은미, 김수연 인턴기자NCT 재민 생일카페(왼쪽)과 더보이즈 현재 생일카페. 사진=김은미, 김수연 인턴기자


생일카페를 찾은 팬들은 카페를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들이 말하는 생일카페의 매력은 공간의 힘에 있었다. EXO 백현, NCT 재민 생일카페를 방문했다는 허은영(26·여) 씨는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으로 꽉 찬 공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며 "럭키드로우(행운권 추첨) 같은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는 재미도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생일카페에서 연극배우 최정우, 뮤지컬배우 정지우의 생일을 기념했다는 정세은(23·여) 씨는 “같은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생일을 축하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일카페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공간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NCT 재현과 더보이즈 현재 생일카페를 주최했다는 이모(23·여)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도 공간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수의 무대를 볼 기회가 사라지면서, 기념일만큼은 연예인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재밌게 보내려는 팬들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러한 자발적인 수요가 실현된 공간이 ‘생일카페’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주최자는 같은 팬들끼리 생일카페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더 큰 팬심을 느낄 수 있고, 방문자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에 있다는 자체가 행복일 수밖에 없다”며 “생일카페라는 공간이 애정과 관심사를 확인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시작된 생일카페 문화는 배우, 댄서, 만화 캐릭터 등 팬덤을 형성한 모든 대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유림 씨가 제작한 SF9 휘영 생일카페 포스터(왼쪽)과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의 한 만화방에서 진행된 휘영 생일카페 모습. 사진=유림 씨 블로그 캡처유림 씨가 제작한 SF9 휘영 생일카페 포스터(왼쪽)과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의 한 만화방에서 진행된 휘영 생일카페 모습. 사진=유림 씨 블로그 캡처


생일카페 주최자들은 팬덤이 즐길 수 있는 생일카페를 위해서 연예인을 향한 애정을 보여줄 수 있는 뚜렷한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SF9 휘영의 팬이라고 밝힌 유림(가명·여)씨는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의 한 ‘만화방’에서 휘영 생일카페를 열었다. 그는 장소뿐만 아니라 생일카페 공지 포스터와 사진, 특전(방문자 증정 굿즈)까지 모든 구성을 ‘만화방’이라는 콘셉트에 맞췄다. 만화를 좋아하는 휘영의 취미를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한 애정과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생일카페 기획 과정에서 콘셉트가 중요해진 이유는 생일카페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유림씨는 생일카페가 일종의 '소비자가 만든 팝업스토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생일카페는 아티스트보다는 팬을 위한 공간이자 콘텐츠"라며 "오프라인 공간에서 연예인을 향한 팬심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잘파세대, 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공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잘파세대를 두고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공간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공간의 가치를 결정했다"며 "팝업스토어 열풍 이후 공간 내부의 콘텐츠가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팝업스토어 열풍이 분 배경에 대해 "팬데믹 기간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갈구했던 수요를 맞춘 것이 팝업스토어"라며 “다만 이미 넘쳐나는 팝업스토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팝업스토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차민주 인턴기자·안유진 인턴기자·김은미 인턴기자·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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