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MM 매각 성패 '산은 예정가'에 달렸다[시그널]

8일 실사 종료…23일 본입찰

주가 상승하며 시총 7.7조로 늘어

10일엔 1조 규모 2억주 신규 상장

해운업황 둔화 속 CB 전환도 부담

적정 인수가격 두고 눈치싸움 치열

예정가격 높으면 유찰 가능성 커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HMM(011200)에 대한 인수 후보자들의 실사 작업이 8일 끝난다. 해운업황 둔화와 추가로 전환될 대규모 정부 측 지분 탓에 적정 인수 가격을 두고 후보들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산은이 본입찰 직전 결정할 예정가격(예가)이 이번 매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산은에 따르면 매각 측은 동원과 하림, LX그룹에 제공했던 가상데이터룸(VDR)을 다음 날 폐쇄한다. 이들은 지난 9월 6일부터 VDR를 통해 HMM의 재무상태와 영업현황 등을 열람했다.



최대 관건은 매각가다. 공매도 금지 영향에 전날 11.4% 폭등했던 HMM 주가는 이날 5.73% 내린 주당 1만5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7조7219억 원으로 한때 6조8200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9000억 원가량 높다. 매각대상 지분(57.88%)과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최대 5조8000억 원은 써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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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HMM의 경우 1조 원 상당의 영구채 2억 주가 10일 상장한다. 현 HMM 주식 약 4억8903만 주가 6억8903만 주로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달 20일 영구채 전환 공시가 됐지만 지분 희석 부담에 따른 주가 변수가 남아있긴 하다.



원매자들은 현재 거론되는 가격도 비싸다는 입장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3일 기준 1067.88로 전주 대비 5.5% 상승했지만 지난해 1월 5109.6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때와 비교하면 무려 79.1%나 급감했다.

앞으로 예정돼 있는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도 부담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4년 5월 1000억 원 △2024년 6월 2000억 원 △2024년 10월 6600억 원 △2025년 4월 7200억 원 등의 CB 전환 일정이 남아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로 전환되는 주식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에 경영권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 보유지분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계속 경영에 간섭할 수 있어 인수가 5조 원도 많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인수 가격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산은이 책정할 예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입찰 시 기준가격인 예가를 정해야 하며 매각 측은 본입찰 전 이를 결정하고 밀봉한 뒤 개찰장소 또는 가격협상장소에 둔다. 인수후보자들은 예가를 미리 알 수 없다. IB 업계 안팎에서는 예가는 최근 한 달 주가 평균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식이 될 것으로 본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가는 최저입찰 금액으로 예가에 못 미치면 절대평가로 유찰시킬 수 있다”면서 “HMM은 정상기업이니 30% 프리미엄은 줘야 하는데, 만약 유찰을 원한다면 40% 같은 수치를 적용할 것이다. 산은이 예가를 어떻게 정하느냐를 두고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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