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HMM(011200)에 대한 인수 후보자들의 실사 작업이 8일 끝난다. 해운업황 둔화와 추가로 전환될 대규모 정부 측 지분 탓에 적정 인수 가격을 두고 후보들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산은이 본입찰 직전 결정할 예정가격(예가)이 이번 매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산은에 따르면 매각 측은 동원과 하림, LX그룹에 제공했던 가상데이터룸(VDR)을 다음 날 폐쇄한다. 이들은 지난 9월 6일부터 VDR를 통해 HMM의 재무상태와 영업현황 등을 열람했다.
최대 관건은 매각가다. 공매도 금지 영향에 전날 11.4% 폭등했던 HMM 주가는 이날 5.73% 내린 주당 1만5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7조7219억 원으로 한때 6조8200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9000억 원가량 높다. 매각대상 지분(57.88%)과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최대 5조8000억 원은 써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HMM의 경우 1조 원 상당의 영구채 2억 주가 10일 상장한다. 현 HMM 주식 약 4억8903만 주가 6억8903만 주로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달 20일 영구채 전환 공시가 됐지만 지분 희석 부담에 따른 주가 변수가 남아있긴 하다.
원매자들은 현재 거론되는 가격도 비싸다는 입장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3일 기준 1067.88로 전주 대비 5.5% 상승했지만 지난해 1월 5109.6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때와 비교하면 무려 79.1%나 급감했다.
앞으로 예정돼 있는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도 부담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4년 5월 1000억 원 △2024년 6월 2000억 원 △2024년 10월 6600억 원 △2025년 4월 7200억 원 등의 CB 전환 일정이 남아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로 전환되는 주식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에 경영권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 보유지분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계속 경영에 간섭할 수 있어 인수가 5조 원도 많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인수 가격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산은이 책정할 예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입찰 시 기준가격인 예가를 정해야 하며 매각 측은 본입찰 전 이를 결정하고 밀봉한 뒤 개찰장소 또는 가격협상장소에 둔다. 인수후보자들은 예가를 미리 알 수 없다. IB 업계 안팎에서는 예가는 최근 한 달 주가 평균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식이 될 것으로 본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가는 최저입찰 금액으로 예가에 못 미치면 절대평가로 유찰시킬 수 있다”면서 “HMM은 정상기업이니 30% 프리미엄은 줘야 하는데, 만약 유찰을 원한다면 40% 같은 수치를 적용할 것이다. 산은이 예가를 어떻게 정하느냐를 두고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