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전력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철강·정유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업장의 전력사용량은 2만 8316GWh이며 이 가운데 90%가량이 반도체(DS) 부문에서 사용됐다. 노광장비처럼 전기를 잡아먹는 첨단 장비도 많지만 반도체 공정 특성상 온습도 제어, 공기 순환 등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준 사용 전력을 모두 한국전력공사에서 사온다고 가정해 대기업 대상 요금 인상(㎾h당 13.5원)분을 단순 적용할 경우 늘어나는 전기요금은 약 3822억 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전력사용량은 삼성전자의 약 50%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1000억~2000억 원대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연간 6000억~7000억 원의 전기료를 납부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사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기료가 오를수록 중국산 철강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전기요금이 1㎾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200억 원 증가한다고 추산한다. 현대제철의 올 상반기 전력비 및 연료비는 철강 수요 하락에도 1조 3422억 원으로 6% 상승한 바 있다.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 속에 철강사들이 전기로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도 부담이다. 포스코는 2026년과 2027년 전기로를 신규 가동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및 정유 업종 기업들 또한 비상이 걸렸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공장은 펌프 등 전기가 필요한 설비들이 상시 가동돼야 한다”며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제조 원가가 올라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이 한전 적자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납품대금연동제에 전기료를 포함하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