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발언에 나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어조에 매파 색채가 드러나면서 뉴욕 증시가 하락했다. 이날 진행된 30년물 미국 국채 경매에서 수요가 부진했던 점도 장기물 수익률 재상승 우려를 높여 증시에 부담을 줬다.
9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20.33포인트(-0.65%) 내린 3만3891.9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5.43포인트(-0.81%) 빠진 4347.3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8.97포인트(-0.94%) 1만3521.4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파월 의장의 연설에 주목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 이후 일주일 여 만에 통화정책 대한 발언에 나섰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2% 물가 목표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안다”며 “인플레이션은 가끔 거짓된 방향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정책을 추가 긴축해야 하는 게 맞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는 “시장이 불안했던 가장 큰 이유는 파월 의장이 지난 몇달 동안의 양호한 데이터에 나타나는 속임수 동작에 현혹되지 말라는 대목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표현도 여러 군데 포함됐다. 파월의장은 “우리는 계속해서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감소 과정에서 통화정책이 (공급망 개선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공급망 개선의 영향 때문이라면 이제부터는 긴축의 지연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여전히 긴축의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연준이 이번 사이클에서 금리 인상을 마쳤다고 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개선될 때까지 연준의 어조는 매파적일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버코어ISI이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도 “톤을 수정한 것이며 정책 신호가 실질적으로 변했다는 것으로는 해석하지 않는다”며 “이를 테면 12월에 금리를 다시 인상하겠다는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진행한 24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경매는 4.769%에 낙찰됐다. 경매 전 거래 수익률보다 5.1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거래 수익률보다 경매 낙찰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채권을 팔기 위해 시장가 보다 프리미엄을 더 얹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약한 채권 수요를 반영한다.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브룩바는 “이날 30년 경매는 명백히 나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은 다시 상승했다. 10년 만기 수익률은 12.3bp오른 4.629%를 기록했으며 30년 물 금리는 12.2bp 올라 4.777%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6월 13일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국채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022%로 8.6bp 상승했다.
주식 종목별로는 디즈니가 전날 예상을 상회하는 수익을 발표한 기세를 몰아 6.91% 상승했다.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IP 회사 ARM은 전날 실적발표에서 3분기 실적은 양호했지만 4분기 전망치가 기대에 다소 못미치 면서 이날 5.18% 하락했다.
가상자산은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2.7% 상승한 3만6601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10% 오른 2086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2000달러를 넘어섰으며 비트코인은 장중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인 3만7970달러 까지 올랐다.
뉴욕유가는 저가 매수세가 붙으며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1센트(0.54%) 오른 배럴당 75.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