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어깨에 뭐가 걸린 것처럼 팔을 들 수가 없고 밤에도 통증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오십견(frozen shoulder) 증상이었다. 동네에 새롭게 문을 연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스터디 카페가 망한 자리에 새롭게 문을 연 병원에 들어서자 최신식 설비와 젊은 물리치료사들이 기자를 맞이했다.
의사는 X레이 사진을 보면서 “증상이 심각하다”며 비급여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도수 치료를 받은 후 체외충격파, 관절강 내 주사, 식염수 주사 등을 맞았다. 병원에서 나오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계좌에서 단번에 16만 5000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렇게 다섯 번 정도 치료를 받고 병원 가기를 멈췄다. 실손보험을 통해 일정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나설 때마다 병원의 호구가 된 것만 같은 찜찜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의대 정원 증원이 뜨거운 감자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의사 숫자가 늘어나면 반드시 과잉 진료가 발생해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이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이다.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가 아닌 피부·미용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붕괴된 필수의료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선결 과제로 해당 분야에 대한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특정 분야·항목에 대해 일부 수가를 올려주면 곧바로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반박하는 성명도 낸다.
의협의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가 그토록 우려된다면 의협은 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해 위헌 소송을 준비하는 것일까.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우려된다면서 왜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 위한 ‘특별사법경찰관 도입 법안’에 극구 반대하나.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 금액은 4조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이든, 실손보험이든 의료 서비스 이용자가 많으면 전체 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급여의 과잉 청구를 통제하고 건보 재정의 누수를 막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현재 의협은 ‘수가 인상’ 외에 별다른 논리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에 반대할 국민은 별로 없다.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설득할 만한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논리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판을 깨는 무기로 삼으면 진정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