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은행권 지원에 방산수출 숨통…모자란 금액은 輸銀 자본금 한도 확대해 충당

[폴란드 무기수출 3조 선지원]

시중銀 금융 신시장 개척 포석도

급한불 껐지만 법 개정 늦어지면

잔여 계약 물량 축소될 가능성도

정부 지급보증 등 정책지원 필요


5대 시중은행이 폴란드 2차 무기 수출 계약 금융 지원에 전격 나선 것은 수출을 통해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경기 둔화 속 선제적 금융 지원으로 국내 산업의 숨통을 터주고 앞으로의 수출 금융 참여 기회도 잡으려는 포석이다. 다만 이번 무기 계약 규모가 3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거래인 만큼 은행들의 법적·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폴란드 2차 무기 수출 계약에 지원하기로 한 총 10조 원은 폴란드 정부가 우리 측에 지원을 요청한 24조 원의 40% 수준이다. 모자란 금액은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현 15조 원에서 30조~35조 원으로 확대하는 수은법 개정을 통해 메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이번 지원은 정부의 ‘SOS’ 요청에 뒤이은 것이다. 한국과 폴란드는 지난해 17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에 이어 올해 30조 원에 이르는 2차 계약을 추진했지만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지원 한도가 꽉 차는 바람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에 지난달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대책 회의에서 시중은행의 대출 가능성이 논의됐다. 국방부는 6일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자금 대출 투자 의향서 체결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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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이번 지원으로 정부의 수출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방산 수출이 불러일으킬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방산은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드론·로봇·항공우주 기술을 아우르는 만큼 우리 기업의 수출 길을 넓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2차전지, 우크라이나 재건 등을 내세우며 국내 기업들이 폴란드로 향하면서 대규모 금융 지원이 필요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출 지원을 통해 ‘이자 장사’ 등 최근 시중은행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다소 누그러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이번 방산 수출 지원뿐 아니라 향후 대규모 해외 사업 발주가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수은의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수출입은행법 시행령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법정 자본금이 15조 원으로 제한된 수출입은행은 이미 폴란드와 1차 무기 수출 계약 당시 무보와 각각 6조 원을 지원해 추가로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에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30조~35조 원으로 늘리는 법률 개정안이 여당과 야당 양쪽에서 모두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진척이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10조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수은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잔여 계약 물량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폴란드가 원하는 수준의 금리를 맞추려면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조 원 규모의 국가 간 거래에 참여하는 것인 만큼 현지 또는 국제법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은행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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