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강릉원주대, 포항공대 등 10곳이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는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됐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거점 역할을 하는 대학을 2026년까지 30개 내외로 지정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첫발을 뗀 셈이다. 개혁 실행 여부가 선정 과정에서 성패를 가른 핵심 키인 만큼 글로컬대학이 대학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의 경우 대학 경쟁력 하락으로 인구 감소 등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글로컬대학30 본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 6월 예비 선정된 15개 대학 중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총 10곳이 선정됐다.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한 곳이 4곳 포함돼 대학 수로는 총 14개교에 달한다. 설립 유형별로는 국공립이 7곳, 사립이 3곳 선정됐다. 지역별로는 강원과 경북이 각각 2곳, 부산·울산·충북·전북·전남·경남 등이 각각 1곳씩이다.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제대, 전남대, 한동대 등 5곳은 본지정에서 탈락했다. 미지정된 대학은 이달 22일까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본지정 평가는 전문기관(한국연구재단)에 위탁해 진행됐다. 실행 계획이 구체적인지, 대학 발전이 지역 발전 전략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지, 지방자치단체가 글로컬대학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지원 의지가 충분히 있는지 등 실행 계획의 적절성(50점), 성과 관리(20점), 지자체 지원 및 투자 등(30점) 3개 영역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평가의 공정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해 본지정 평가위원회는 학계·연구계·산업계 등 관련 전문가들로 독립적으로 구성·운영됐으며 예비지정 평가 등에 참여한 전문가는 배제했다. 본지정 평가는 철저한 보안을 위해 비공개 합숙 평가로 진행됐다.
최종 선정된 대학 10곳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 과제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도 1국립대를 통한 글로컬대학도시 구현을 혁신 방향으로 내세운 강원대·강릉원주대는 특성화된 4개 캠퍼스의 공유·연합·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 분야 글로컬 선도 대학을 위해 지자체, 지역 연구소 및 산업체, 지역 내 대학들과 긴밀하게 연계해 공동의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포항공대는 대학·지자체·기업이 협력해 현장성·전문성 높은 수요자를 대상으로 개방적 비학위과정을 운영하는 등 교육 혁신을 내세웠다.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매년 이행 점검을 실시하고 3·5년 차에는 중간·종료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 실행 계획이 미이행됐거나 성과가 미흡한 경우 글로컬대학위원회 심의를 거쳐 협약 해지, 지원 중지 등이 조치되며 필요시 사업비도 환수한다. 특히 통합 추진을 전제로 공동 신청한 대학의 경우 협약 체결 후 1년 이내에 교육부로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이번 본지정 평가에서 미지정된 대학들이 혁신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내년에 한해 예비지정 대학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2024년 본지정 평가 대상은 총 20개 내외(올해 미지정 대학 5곳·예비지정 대학 15곳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대학 현장 등에서 요청이 있었던 대학 유형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방안, 여러 대학이 연합해 신청하는 경우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 2차 연도인 점을 감안해 전체적인 일정을 앞당겨 1월 중에 ‘2024년 글로컬대학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4월 예비지정, 7월 본지정을 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현장에서 시작되는 혁신과 변화의 물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선두로 모든 대학이 과감한 혁신을 통해 도약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글로컬대학 선정 결과로 지역별 대학 서열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방대 혁신이라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사업 성격상 혁신 대학에 예산을 몰아주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한 대학과 글로컬대학이 없는 지역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어 혁신의 기운이 전파되기 위해서는 지원금와 선정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