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메셀라’를 노래하면 힘들어서 1막 때부터 엉덩이에 쥐가 날 정도예요. 그렇지만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연습 때부터 임했어요.”
2017년 초연부터 2019년 재연을 거쳐 올해 삼연에 이르기까지, 뮤지컬 배우 박민성(41)은 뮤지컬 ‘벤허’에서 꾸준히 ‘메셀라’를 맡아온 터줏대감이다. 할리우드에서 수 차례 영화화된 루 월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벤허’는 예루살렘 유대 귀족이었던 ‘유다 벤허’가 로마의 박해를 이겨내고 복수를 이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민성이 맡은 인물 ‘메셀라’는 어린 시절 벤허 가문이 거두어 준 고아이자 유다의 오랜 친구다. 동시에 제정 로마의 제국주의에 심취해 우정을 기꺼이 배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메셀라는 벤허의 고난을 야기한 전형적인 악역이지만, 동시에 나병(한센병)에 걸린 벤허 일가의 탈출을 눈 감아주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박민성은 메셀라에 대해 “이제는 자식 같은 캐릭터”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제 마음도 조금씩 들어가 있고, 처음부터 만들었으니 사랑스럽기도 하다”면서 “누구나 인간은 인정받고 싶어하지 않나. 내가 잘 표현해서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 메셀라 안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벤허’의 백미로 꼽히는 곡 ‘나 메셀라’는 메셀라가 로마에게 동조하기까지 겪은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 노래와 이어지는 8분 간의 장면을 통해 무대 위에서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했던 메셀라의 처절한 경험이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나 메셀라’는 고난이도의 곡으로도 악명이 높다. 화려한 검술을 보이면서 절절한 연기를 펼치는 동시에 높은 음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
박민성은 “무대에서 동선, 검술, 드라마가 입혀지면서 시너지가 되는 장면”이라면서 “처음 만들 때 무술감독에게 검술이 어려워서 배우가 힘들어야 관객들에게 진짜 전투처럼 보인다고 부탁했다. 저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았다”고 설명했다. 삼연만의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한 옥타브를 높여 부르는 애드리브를 매 공연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셀라에게 성공이 절실한 것처럼 뮤지컬 배우 박민성에게도 무대는 중요하다. 뮤지컬 ‘그리스(2007)’를 통해 대극장에서 데뷔하며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켄슈타인’ ‘루드윅’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지만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그는 “배우는 작품이 없을 때 열등감을 느낀다. 부름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오디션을 봐도 낙방하는 등 여러 가지를 겪으면서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무대를 잠깐 떠나 있던 1년 반 동안 중창단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박민성은 ‘벤허’를 연출한 왕인범 연출을 만났다. 그는 “연출님이 제게는 선생님이고 큰 형 같다”면서 “연출님과 작업하면서 스파르타 식으로 혼나면서 연기를 많이 배웠다. 2017년 뮤지컬 ‘밑바닥에서’ 작품을 (연출님과 함께) 하면서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집중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무대의 소중함을 기억하기 위해 박민성은 대극장과 소극장 뮤지컬을 넘나들며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작품이 없는 서러움을 맛 봤으니까요. 언제 기회가 사라질지 모르는 거잖아요. 제 스스로가 나태할 쯤이면 마음을 다잡아요. 발전된 느낌을 보이려고 하죠. ‘벤허’ 삼연도 처음 하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는 “항상 ‘받은 것의 두 배는 하자’는 마음으로 임한다”면서 “하고 싶은 작품과 역할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