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꽃말

김윤배


연모한다고 말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어느 날 내가 죽었다면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내가 죽었는데 그걸 모른다면 나는 내 죽음을 후회할 것이다

세상이 단순해져서 슬픔도 단순해진다

환청이 사라지고 말이 쏟아지는 환시가 심해졌다



새벽녘 불쑥불쑥 나타나는 비명이 목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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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모든 숨들이 멈춘다는 걸 노을이 전해주었다

생은 들꽃 같아 눈에 띄지 않게 향기를 잃는다

꽃말의 아름다움이 삶과 죽음의 안타까운 경계에 박힌다





연모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다면 깊게 연모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죽어서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면 온전히 죽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이 단순해지면 달래는 법도 간단할 것이다. 모든 숨이 멈추지만 모여서 바람이 된다. 들꽃 같은 생이 내준 향기는 새로운 생명이 얻을 것이다. 죽음은 최대의 기업이지만 입사시험도 자격증도 필요 없다. 주목의 꽃말은 죽음이지만 천 년을 살고, 물망초는 자신의 꽃말을 절대로 모른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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