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한국인 19명이 현지 불법 업체에 감금됐다가 우리 당국의 신변 보호 요청에 호응한 현지 경찰의 협조로 풀려났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마약 재배·밀매 소굴인 데다 인신매매 조직 등도 거점으로 삼는 우범지대인 만큼 추후에도 현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14일 “10월 초 우리 국민이 미얀마 타칠레익 지역에서 불법 업체에 의해 감금됐다는 제보가 외교부 및 주미얀마대사관 등으로 전달됐다”며 “이를 미얀마 경찰 측에 전달하고 안전을 위한 신속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 외국인의 접근이 어렵고 치안이 잘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이들을 양곤으로 이송해 달라고 현지 경찰에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요청에 미얀마 경찰은 지난달 하순 해당 업체를 수색해 한국인 19명의 신병을 확보, 한동안 이들을 구금하고 있다가 전날 양곤으로 이송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들은 전원 안전하게 양곤으로 이동했다”며 “주미얀마대사관은 우리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타칠레익은 미얀마와 라오스·태국 3개국의 접경 산악지대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 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현지 갱단 및 중국의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인 삼합회 등이 활개를 쳐온 무법지대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사기나 보이스피싱·인신매매 등 불법 활동을 벌이는 업체도 현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역시 보이스피싱이나 사이버 도박 등 해외에 거점을 둔 불법 업체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조 요청을 받고 정부가 관계 기관 합동으로 구조한 사건인 만큼 이들을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다만 조사 과정에서 구조된 이들 가운데서도 불법행위가 있었던 사람은 일부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사건의 무대가 된 미얀마의 마약 가격이 저렴한 만큼 구조된 이들이 마약 범죄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달러 기준으로 미얀마에서 필로폰 1g당 공급가격은 12.6달러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263.4달러에 달했다. 마약류 암거래 가격이 높은 만큼 동남아 일대는 마약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 8월 라오스 북부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외교부는 “최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 등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우리 국민들을 납치·감금해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범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