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혁신위원회와 주류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진·친윤계 인사들의 침묵이 길어지자 혁신위 관계자가 ‘조기 해체’ 검토 사실을 밝히는 등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해명으로 ‘조기 해체’ 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김기현 대표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윤핵관’을 직격하는 목소리까지 분출되는 등 여권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14일 제주도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며 방명록에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평화의 제주를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인 위원장이 제주를 찾아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당내 관심은 혁신위와 중진·친윤계의 줄다리기에 집중됐다. 3일 인 위원장은 중진·친윤계 인사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은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장제원TV)에 게재한 교회 간증 영상을 통해 “권력자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눈치 안 보고 산다”며 험지 출마 요구에 선을 그었다. 앞서 11일 장 의원은 4200명이 운집한 본인의 외곽 조직 여원산악회 행사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인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을 좀 주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100% 확신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면서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이라며 “그 매는 (총선 때) 투표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전일 자신의 ‘매’ 발언(“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의 의미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혁신위의 조기 해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혁신위 발족 초기 본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오고 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후 혁신위가 압박 카드로 ‘조기 해체’하고 불출마 명단까지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조기 해체설, 불출마 명단에 대해 각각 “그럴 일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보도되는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혁신안은 여권 분란의 씨앗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의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은 장 의원을 겨냥해 “다른 사람들의 정치 인생은 조리돌림하고 당에서 찍어내더니, 내 지역구는 소중하니 포기 못 한다는 인사가 참으로 가증스럽다”며 “혼자만 살아남아 대대손손 (정치) 계속하시라”라고 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