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당시 신재생에너지 감축 목표 설정 자체가 무리한 계획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의 책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무리하게 추종했다고 평가했다. 또 산업부가 전기 요금에 대해 청와대의 질타를 회피하기 위해 비용 증가 보고서를 은폐했다는 감사 결과도 공개했다.
14일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국정과제로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 20%’를 채택했고 산업부는 그해 12월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매우 의욕적인 목표이고 필수 인프라 확보 없이 사업 목표를 대폭 확대하면 전력 공급 차질로 국가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연내에 상향하라고 지시하자 후속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산업부는 “태양광이 우후죽순 설치돼 산지 규제가 강화되는 등 신재생 최대 목표는 현실적으로 24.2%, 이상적으로도 26.4%에 불과하다”고 검토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같은 입장은 그해 9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신재생에너지 목표가 상향되면서 바로 후퇴했다. 산업부는 별다른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고 정부의 NDC 상향안은 40%까지 올랐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10월에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 발전 목표를 30.2%로 확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들은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산업부 관계자들은 “신재생 30%가 숙제로 할당된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었다” “신재생 목표 상향은 정무적으로 접근했다”고 감사원에 전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후 지난해 정권이 바뀌자 무리하게 설정한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정상화했다. 지난해 11월 목표를 21.6%로 낮추고 공급 의무 비율도 현실화한 것이다.
산업부는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질타를 피하고자 ‘잘못된 시나리오’를 계속 주장했다. 산업부는 2017년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제기되자 “신재생 정산 단가를 현 수준으로 전제하면 최대 40%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이후 청와대에서 전기요금 전망 결과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신재생에너지 정산 단가 하락, 연료비 변동 미반영 등 가격 인하에 유리한 변수만 반영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후 “향후 5년간 전기 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발표하게 된다. 전기 요금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자 산업부는 전문가 검증 없이 자체 판단으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10.9%”라고 국회에 보고하고 줄곧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임의로 삭제하기도 했다. 국회는 2019년 7월 한전에 ‘전력 구입비 연동제 연구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자 산업부는 전기 요금 인상 논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해 ‘신재생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 부문을 통째로 삭제했다. 쪽수 기준으로 67%의 보고서가 삭제된 채 제출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 사업 관리는 그야말로 ‘비리 복마전’ 수준이었다. 태양광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가짜 농민’ 815명이 적발됐고 공기업 직원 240명도 가족 명의로 부당하게 사업을 하다 들통났다. 또 전북 군산시장은 경력도 없는 고교 동문에게 태양광발전 업체 대표이사를 맡겨 110억여 원의 손해를 입히는가 하면 태양광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재취업한 산업부 관료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등 3개 분야로 나눠 전반을 점검했다”며 “산업부에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목표를 세우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 23건을 통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