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가도 통화도…정치에 휘둘리는 글로벌 시장

태국 '바트' 신임총리 22조 급부책에

"채무확대·신용등급 하락 우려" 약세

아르헨은 대선 공약 중 '페소' 폐지도

암시장서 공식 시세 2~3배로 급락해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최고치

인플레속 주요국 선거 집중 심화전망





올해와 내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굵직한 선거가 잇따르면서 정치 이슈에 금융 시장이 흔들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태국 통화인 ‘바트’의 가치는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는 달러 당 35바트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중 36바트를 넘어서는 등 불안한 흐름을 가져가는 중이다.



바트화 시세는 세타 타위신 신임 총리가 지난 10일 선심성 경제대책을 발표하며 크게 출렁이고 있다. 세타 정권은 월 수입이 7만 바트 미만이면서 예금이 50만 바트 미만인 16세 이상의 태국 국민 5000만 명에게 내년 5월 1인당 1만 바트(한화 약 37만 원)의 현금성 디지털 통화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총 규모는 현금 급부에 세액 공제를 포함, 총 6000억 바트(22조 원)로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한다. 코로나 19 대책으로 이미 재정 운영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지원이 추가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 채무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번 정책 시행 시 태국 정부의 GDP 대비 채무잔액 비율은 9월 말 기준 62%에서 70%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증권사나 대형신용평가사들은 “공적 채무 확대로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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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도 정치 이슈가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아르헨 주가지수인 메르발(MERVAL)은 10월 17일 기준 82만 포인트대에서 움직였으나 최근 1개월도 안 돼 63만대까지 20%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남미 국가의 주가지수가 브라질 4%, 멕시코 3% 등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오는 19일 예정된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변동성이 가중된 탓이다. 당초 지난달 22일 투개표가 이뤄졌는데, 1위 득표자인 집권당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40%의 득표에 실패하면서 2위인 하비에르 밀레이와 다시 승부를 겨루게 됐다. 이번 아르헨 대선의 경우 좌파 포퓰리즘(세르히오 마사)과 극우 자유주의(하비에르 밀레이)가 맞붙으며 경제 향방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현 경제장관인 마사 후보는 공격적인 달러 비축량 늘리기를 통한 외환 위기 경감, 외채 협상 재조정,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층 감소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 폐지와 함께 자국 통화인 페소화를 미 달러로 대체하겠다는 과격한 공약으로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밀레이로부터 “거름으로도 못 쓸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은 페소화는 정부 공식 환율에서는 달러 당 350페소 수준의 안정적인 흐름을 가져가고 있지만, 암시장 비공식 시세는 달러당 1000페소를 훌쩍 뛰어넘으며 통화 가치가 크게 꺾였다. 소니파이낸셜의 이시가와 쿠미코 수석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과 자국 통화의 폐지를 호소하는 밀레이가 승리하면 페소 시세와 주가 하락이 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 총선에서 친유럽연합(EU) 성향의 야권연합이 승리한 폴란드에서는 국가 화폐 ‘즈위치’ 가치가 뛰고 있다. 폴란드는 야권연합이 과반을 확보해 승리하면서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다. 즈위치 시세의 상승은 EU에 의한 코로나19 부흥 기금 분배가 재개될 경우 폴란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닛케이는 9월 말부터 최근까지 즈위치 시세는 달러 대비 6% 상승하며 유럽 통화 중 가장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요 시장의 출렁임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올해와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금융·재정 정책 변경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스쿨에서 매월 발표하는 ‘경제정책불확실성지수(EPU)’는 9월 기준 251로 올 3월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미국과 한국, 일본 등 21개국의 주요 언론 보도에서 경제 불확실성 언급 기사 수를 추려내 종합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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