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프랑스는 어떻게 세계의 미식가들을 사로잡았나

■프랑스의 음식문화사

마리안 테벤 지음, 니케북스 펴냄

날고기 주식으로 하던 갈리아 지방

로마 지배 거치며 식문화 대변천

빵의 시대 거쳐 19세기 고급화

융합 속에서 본질 유지한채 진화

역사적 맥락으로 佛 미식사 분석





프랑스 요리는 세계 요리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데다 역사적으로 항상 강대국에 서 있던 프랑스인만큼 요리는 자연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미식, 혹은 파인 다이닝을 의미하는 ‘가스트로노미’의 어원 역시 프랑스다. 프랑스의 미식가 사바랭은 "가스트로노미는 먹는 것에 관한 지식의 총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가이드이자 맛집 관련 정보집인 미슐랭 가이드 역시 프랑스가 원조다.

프랑스인들의 삶에서 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없이 높다. 이들의 정찬 식사는 세 시간을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프랑스의 식사는 단순히 식사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문화적 표상, 즉 대화와 예의범절, 격식 등 모두를 포함하는 행위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 파리 국제식품박람회의 모습. 사진 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 파리 국제식품박람회의 모습. 사진 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신간 ‘프랑스의 음식문화사’는 프랑스의 국가적 정체성이자 프랑스 공동체의 삶 그 자체인 프랑스 미식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살펴본다. 프랑스의 인문학자이자 음식문화사연구소장인 저자는 프랑스 음식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프랑스 요리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단지 음식의 질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탁월한 이야기꾼들인 프랑스인들이 전하는 프랑스 음식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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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프랑스 음식 문화의 기원을 현재 프랑스 영토가 과거에 불렸던 이름인 갈리아에서부터 찾아 나간다. 갈리아 지방의 원주민들이던 켈트족은 육식, 특히 날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었다. 이후 카이사르의 로마에게 복속당하고 로마의 문화가 들어오게 되자 식문화는 변주되어진다. 고기를 구워 먹음과 동시에 곡식도 함께 섭취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로마가 물러난 후 프랑크족의 게르만 문화가 더해지고, 동방과의 무역이 활성화되며 세계의 요리가 모두 프랑스 땅에 모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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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시대’인 중세에 접어들며 프랑스는 고유의 빵 문화를 형성했다. 밀 재배가 타 지역에 비해 우세했던 프랑스는 그리스도교 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독창적인 빵 문화를 발달시켰다. 저자는 “빵을 만들기 위한 방앗간은 수도원과 봉건 영주의 권력이 작용하는 또 다른 현장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르네상스를 지나며 식문화는 생존이 아닌 취향과 개성을 위한 것으로 진화했다. 강력한 왕권과 풍요로움 속에 프랑스 궁정의 식문화는 엄청나게 발달했다. 샴페인·치즈·와인이 본격적으로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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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접어들며 ‘고급 미식’으로서의 프랑스 요리는 완전히 자리잡게 된다. 사회의 발달은 고급 요리를 만들어 냈고, 이러한 고급 요리는 근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현재의 프랑스 요리는 19세기의 프랑스 요리와 거의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책은 현대 프랑스 식문화에 대한 보호와 재발견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이기도 한 프랑스의 미식은 산업화된 식품 산업과 세계화와 이민 급증에 위협받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음식의 역사는 단일체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층”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요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사실 프랑스 요리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프랑스의 요리는 앞으로도 새로움과 융합 속에서 본질을 유지한 채 진화할 것이다. 3만 2000원.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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