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년 간 마트를 끊으면 어떻게 될까…'채집 생활' 실험한 이 사람[지구용]

책 <야생의 식탁>에서 저자가 채집을 통해 얻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들. /출처=야생의 식탁책 <야생의 식탁>에서 저자가 채집을 통해 얻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들. /출처=야생의 식탁




에디터가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함께 미나리와 쑥을 캐다가 엄마를 드린 적이 있어요. 동네 언니 오빠들(그래봤자 초등학생…)은 어쩜 그리 먹을 수 있는 걸 잘 아는지, 에디터에게 "이건 따고 이건 따면 안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죠. 엄마는 그걸로 부침개도 해주시고 된장국도 끓여주셨는데 그게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선명해요. 내가 먹는 음식이 흙에서 자라나고, 그걸 깨끗이 씻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겨졌죠. 물론 지금은 마트에서 플라스틱에 담겨진 식재료를 사먹는 도시 어른의 삶을 살고 있지만요.



여기 무려 1년 동안이나 식재료를 돈 주고 구매하지 않고 심지어는 농사도 짓지 않고 오로지 야생에서 구한 것만 먹으며 생존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오늘 소개할 책 <야생의 식탁> 저자인 모 와일드(Mo wild)님이에요. 21세기에 야생에서 나오는 것만 먹고 사는 라이프가 가능할까요? 이렇게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왜 이런 힘든 선택을 한 걸까요? 그 사연, 지금부터 풀어볼게요.

️블랙프라이데이, 1년간 마트에 가지 않기로 결심하다




대체 어떤 분이기에 이런 엄청난 결심을 한 걸까 책 날개를 들춰보니, 저자는 스코틀랜드의 야생에서 먹거리를 채취는 '채취인'이자 약초학자더라고요. 무려 15년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채취 강습을 하셨는데, 그 때마다 "채취만으로 먹고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몸소 채취만 해서 살아갈 수 있는지 실험을 하기로 마음 먹었죠. 이 결심을 한 날은 공교롭게도 11월 27일. 바로 블랙프라이데이였어요. 모두들 마트나 백화점으로 달려가 물건을 사려고 아우성일 때 소비하지 않고 채취하는 야생의 삶을 시작한 거죠.

야생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나름의 기준도 만들었어요. 돈을 쓰지 않고 채소도 키우지 않고 야생식만 먹을 것, 내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식재료(물론 이것도 상업적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직접 얻은 재료로 만든 것)일 것, 제철 음식을 먹되 겨울에는 보존 처리한 야생식을 먹을 것 등.

도토리 커피와 해초 스파게티?


그렇게 해서 먹을 수 있는 게 몇 가지나 될까 싶지만, 생각보다 정말 많은 식재료와 요리가 등장하는데요. 꾀꼬리 버섯 볶음이나 도토리 가루로 만든 팬케이크, 해초 스파게티, 도토리와 민들레 뿌리를 블렌딩해 만든 유사 커피 등 셀 수 없이 많아요. 맞아요! 커피는 스코틀랜드에서는 나지 않으니 마실 수 없고 초콜릿 같은 기호 식품도 채취하지 못하니 먹을 수 없어요.

지역 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도 나는 식재료가 달라져요. 현대인의 주식은 탄수화물이지만 사실 곡식이나 구황 작물은 1년 내내 채취할 수 없어요. 당분 또한 여름이나 가을철 과일에서나 얻을 수 있지 봄이나 겨울엔 얻기 힘들죠. '당분도 제철 음식'이라고 하는 저자의 표현이 참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말이에요.



우리가 항상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식품들이 내 식탁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며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새삼 실감 났어요. 또 저자가 채집해서 먹는 다양한 식재료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단조로운 음식들만 먹고 있는지 깨닫게 됐고요. 뭐든 풍요롭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대량 생산이 쉬운 몇 가지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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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까진 아니어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저자가 야생식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기후 위기에요. 인구는 폭증하는데 기후 위기로 식량 생산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요. 공장식 축산이나 초대형 농장들이 더 이상 굴러가지 못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농경 시대 이전의 채집 생활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

에디터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저자처럼 1년을 야생식으로 산다면?'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약초학자도 아니고, 주변에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깨끗한 자연도 없으니 대책없이 굶주리거나 독버섯을 집어먹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암울한 모습만 상상되더라고요.

물론 현실적으로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야생식을 하기는 어렵겠죠. 이 책이 주장하는 것도 절대 그런 것이 아니고요. 하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자연의 질서에 맞는 음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맛있고 저렴한 제철 식재료와 로컬 푸드를 열심히 먹는 것.

이런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보다는 시장이나 농산물 직거래 장터, 생협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죠.(전에 지구용에서도 소개했던 마르쉐도 떠오르더라고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지구에도, 내 몸에도 좋은 식사 옵션은 생각보다 많아요. 에디터가 언급한 것 외에 용사님만의 장보기 노하우가 있다면 아래 들려줘요 지구용으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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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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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기자·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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