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佛 ‘규제 간소화’ 드라이브






2013년 3월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행정·창업·투자 절차를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내용의 ‘간소화 충격(choc de simplification)’ 정책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규제의 질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프랑스의 기업 및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규제는 무려 40만 개에 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과 국가 경제에 큰 장애물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총리 직속의 ‘간소화위원회’를 설치해 규제 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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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화 충격’의 원칙은 선천적 신뢰, 한 번만 말하세요, 침묵은 동의로 간주, 일대일 등 네 가지였다. ‘선천적 신뢰’란 기업들이 감사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 번만 말하세요’는 단 한 번의 정보 제공으로 필요한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침묵은 동의로 간주’는 행정기관의 권한 밖에 있는 절차들은 원칙적으로 없앤다는 것이다. ‘일대일’이란 새 규제를 만들면 기존 규제 하나를 철폐한다는 의미다. 올랑드 정부는 임기 말까지 770개가량의 핵심 규제를 걷어내면서 투자·고용 등을 호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의 행정 절차는 아직도 복잡하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많아서 은행 계좌 하나를 개설하는 데도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한다. 프랑스 상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할 정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랑드 정부의 ‘간소화 충격’ 정책을 계승해 규제 혁파에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전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이 경제단체 대표들을 만나 규제 현황을 점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2월 구체적인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래주머니’ 규제 사슬이 여전한 우리나라의 상황도 프랑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불굴의 뚝심으로 규제 혁파에 나서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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