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미국 학술출판사가 학술지에 실은 윤동섭 연세대 의과대 외과학교실 교수(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의 논문에 대한 연구 윤리 위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가 지난달 신임 총장에 선임된 윤 교수의 논문을 조사하기로 한 데 이어 해당 논문이 실린 학술지를 낸 출판사도 윤리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의 세계적 학술출판사인 와일리(Wiley)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윤 교수의 논문 2편에 대해 윤리위원회를 열고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와일리 관계자는 본보에 “윤 교수의 논문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일리는 중복 게재 등 연구윤리 위반 의혹을 받는 윤 교수의 논문 두 편이 실린 미국종양외과학회지(Journal of Surgical Oncology)를 출간한 곳이다. 해당 학술지에는 지난 2007년 윤 교수의 논문 ‘바터팽대부암의 근치적 절제술 이후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Factors influencing recurrence after curative resection for ampulla of vater carcinoma)’와 ‘간세포암의 부신 전이를 위한 최고의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What is the Best Treatment Modality for Adrenal Metastasis From Hepatocellular Carcinoma?)’ 등 2편이 실렸다.
이들 논문은 윤 교수가 지난 2004년 국내 학술지에 실은 국문 논문을 번역해 합당한 출처 표시 없이 중복 게재한 논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두 논문을 포함한 총 3편의 논문에 대해 제기된 △중복 게재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 △데이터 위조 및 변조 등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윤 교수 측은 중복 게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당시 학계에서는 국내 논문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중복 게재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해명하면서 국내 논문은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와일리 측은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영국 출판윤리위원회(COPE) 윤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번 사안을 조사하고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COPE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미 발표한 연구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지 않는 한 반복해 출판할 필요가 없다. 또한 투고할 때 저자는 언어가 다른 관련된 논문 뿐 아니라 출판 중인 유사한 논문을 밝혀야 한다.
다만 COPE는 중복 게재 논문이 의심될 경우 시행하는 절차와 관련해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ICMJE)는 번역은 허용되지만 반드시 원본에 대한 참조 표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라며 ‘편집자는 이러한 경우 중복 게재의 고지나 철회가 아닌 수정(원문에 대한 링크) 게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 와일리 연구윤리위원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논란 이후 윤 교수 측이 국문 논문을 철회하기로 한 점도 COPE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논문 중복 게재가 발생한 경우 데이터의 신뢰성 등 다른 우려가 있지 않는 한 먼저 출판된 논문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 한 교수는 “중복 게재를 했을 경우 먼저 나온 논문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며 “2004년 출판된 논문인데 19년 뒤에 데이터가 틀렸다고 취소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와일리 측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윤 교수의 정교수 승진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연세대 교무처가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내 교수평의회 요청을 받아 답신한 공문에 따르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논문 3편 모두 2007년 윤 교수의 정교수 승진을 위한 연구업적으로 제출됐다. 교무처는 공문에서 '해당 국제논문을 제외하면 승진을 위한 필수 연구업적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적시했다.
연세대 교수 사회 내부에서는 연진위 조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연세대 한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선출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진위든 출판사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