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이 생긴다는 뉴스를 봤는데 아직 안 생겼어요? 적립금과 할인 혜택을 활용해 A 면세점에서 제일 저렴한 가격으로 술을 사고 싶은데 그 술을 해외에 가지고 갔다가 위탁 수하물로 가져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최근 만난 한 지인은 면세점을 출입하는 기자에게 대뜸 이같이 물었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해 9월 인도장 시범 운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면세 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올해 4월부터 부산항으로 입국할 때는 인도장에서 시내 면세점 등에서 산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공항 인도장 설치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대에 막혀 그 시점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사실 이런 물음은 해외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법한 의문이다. 그런데 그 의문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하는 것은 분명한데 ‘납득할 만한’ 이유는 도무지 못 찾겠다는 이가 상당수다.
가장 먼저 따져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면세품은 본래 해외에서의 사용을 목적으로 수입 통관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국내로 들여오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19년 국내에서의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서 그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잃었다. 귀국 편 비행기에서 면세품을 전달하는 기내 면세점의 존재도 이 주장과 대척점에 서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인도장이 들어서면 중소기업이 운영 중인 입국장 면세점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견 수긍이 가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용자의 불편을 야기하면서까지 인도장 도입을 막아세울 납득할 만한 이유인지를 두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인도장 설립이 필요한 설득력 있는 이유는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우선 인도장이 있으면 소비자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물품을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휴대 부담을 이유로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다. 태국·홍콩 등 관광 선진국이 인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2019년 관세법과 2020년 시행령에 인도장 설립 근거를 마련한 것은 이런 이유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인도장을 설립해 무작정 중소 면세점을 코너에 몰자는 얘기가 아니다. 인도장 취급 품목 제한, 일부 공항만 인도장 신설, 중소 면세점 매장 임대료 지원 등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선택지는 충분히 있다. 중소 면세점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를 오롯이 이용자 불편으로 할 경우 그 대가는 너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