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구를 방문한 지 나흘 만에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살피기에 돌입했다. 그는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이 아닌 국민 5000만 명이 사용하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해 사실상 총선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 국민을 뜻하는 ‘5000만 명’을 언급함으로써 차기 대선 주자급 잠재력도 부각됐다.
한 장관은 21일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인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CBT) 개소식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한 장관은 자신의 문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는 견해에 대해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총선 거취설 및 12월 개각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드렸던 말씀에 답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전날 대구 방문 도중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며 오랜 시간 머물렀던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측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정치 쇼’라고 비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 금요일 밤 동대구역에 계셨던 대구 시민들은 저보다 바쁘고 귀한 시간을 쓰셨던 분들”이라며 “선의로 계신 분들에게 내가 별것 아닌 성의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듯 “만약에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과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24일에는 울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한 장관과 더불어 여권의 유력 총선 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주최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간담회’에 참석했다. 원 장관은 내년 총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과 우리 당을 위해 필요로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도전과 희생이라도 일단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출마 결정 시점, 지역 등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출마할 경우 수도권 험지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의 대표적 정치인들과 맞붙는 ‘도전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