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구기관 우드로윌슨센터는 6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노바카호우카댐을 파괴한 데 대해 “우리 시대의 인간이 초래한 최악의 재난”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엔이 추정하는 피해액은 재건 비용을 제외하고도 20억 달러에 달한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세계 5위의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해온 전 세계 3억 4500만 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댐의 파괴로 드니프로강이 범람하면서 하류는 물과 토사 등에 잠기고 상류는 물 부족에 처했기 때문이다. 1950년 준공된 카호우카댐(길이 3272m×높이 30m, 저수량 192만 7000m³)은 크림반도 일대의 용수 공급과 수력에너지 생산,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 공급 등의 역할을 해온 중요 시설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카호우카댐 복구 사업에 우리나라의 한국수자원공사가 반드시 참여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10월부터 본격 가동 중인 태스크포스(TF)에서 무인드론과 무인잠수정을 활용,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는 600m 길이 콘크리트 여수로의 78%가 내부 폭발 등으로 파괴돼 제 기능을 상실했다. 여수로는 댐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시설로 가둬둔 물이 내려갈 수 있는 길이다.
수자원공사는 카호우카댐을 수술대에 올리기 전에 충분한 임상 진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수자원공사는 카호우카댐 재건 사업이 향후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댐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수자원공사와 UHE는 카호우카댐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수력발전 시설을 현대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승오 홍익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노후 댐 개보수 시장에 후발 주자인 우리가 쫓아가는 형국”이라며 “다양한 사업 참여를 통해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