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산토끼 똥

송찬호





산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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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산토끼 똥도 산토끼를 그리워하는구나. 산토끼 속을 잘 아는 산토끼 똥이 산토끼가 사라진 산 너머를 바라보는구나. 자신을 덩그러니 남겨두고 개운하게 줄행랑쳤어도 원망하지 않는구나. 산토끼 똥이라도 꿈은 커서 말똥말똥 눈 뜨고 있구나.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동공이 다 풀어져도 산토끼 똥은 산토끼가 그리워 봄이 오면 손짓하겠구나. 산토끼가 먹은 풀씨를 잘 키워서 푸른 잎을 흔들겠구나. 산토끼와 산토끼 똥은 그렇게 다시 만나겠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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