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협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대형 연구 성과에 평가 등급 ‘최우수’를 몰아주겠다고 연구자들과 약속했습니다.”
이창근(사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협력이 필요한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원의 체질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자 개인마다 소규모로 추구해온 R&D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기술이전과 사업화 실적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과 평가 제도를 개선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혼자 논문 쓰는 사람은 최고 등급(S등급)을 주지 않겠다”면서 “(연구자 간 동료 평가에) ‘타인의 성공에 대한 기여도’와 관련된 항목들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기존에는 개인의 논문, 특허, 단일 기술이전 실적으로도 S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최고 등급의 기준을 크게 높여 여럿이 협력해야만 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가령 기술이전 실적은 금액 기준으로 연간 10억 원 이상을 달성해야 S등급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연구자 1인당 기술이전비가 평균 7000만 원이니 앞으로 협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급과 승진, 해외 연수 등 보상도 대형 협력 연구 참여자를 우대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성과 평가 제도 개선뿐 아니라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급 전문가를 ‘기본사업평가단(SAB)’에 초빙해 기술이전 실적을 극대화하는 ‘시장 적기 진출 프로젝트’도 가동한다. 이 원장은 이를 통해 국산 에너지 기술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하고 해외시장에도 판매하는 ‘K에너지’ 전략을 연구원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내외 에너지 산업은 기후위기 같은 환경 문제, 에너지 안보 문제, 가격 문제 등 ‘트릴레마(삼중고)’에 빠져 있다”며 “수소, 에너지 저장, 탄소포집·저장(CCS) 같은 신기술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 측과 차세대 태양전지 공동 개발 등 기술협력 논의를 시작하는 성과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