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000% 불법 이자·추심에도 집유…尹 정부, 엄단 의지에도 안심 못 하는 피해자[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채권추심법상 폭행, 체포 등 행위 5년 이하 징역이나

양형기준, 6월~1년…수법 불량 등 가중돼도 3년6월

반성, 초범 등 있으면 8월↓…야간 전화 등 불법추심도

법정형 최고 3년 이하인데, 양형기준 4~10월에 그쳐

실제 살인적 이자에 협박에도 최근 집행유예 선고받아

정부 구형 상향·스토킹처벌법 조치 사항 적용한다지만

가족, 지인 등 보호 강화일 뿐, 근본적 대책으로는 부족

양형기준 현실화 함께 고용 직원 관리 등 법적 변화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불법 채권 추심을 ‘엄단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으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고 5000%의 불법 이자를 받거나, 채무자를 협박하는 등 불법 채권 추심에 나서더라도 집행유예나 징역 2~3년형에 처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채권 추심 등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법정형을 밑돌고 있는 탓이라며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 사금융의 뿌리를 뽑기 위해선 현 ‘이상 구조’부터 메스를 대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에 따르면, 채무자나 관계인을 폭행·협박·체포·강금하거나 위계나 위력을 사용해 채권 추심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오후 9시 이후~다음 날 오전 8시)에 채무자·관계자를 방문,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해 사생활과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령에 따라 처벌 받는 행위는 △반복·야간 전화 △채무자나 관계인 차용 등 채무 변제자금 마련 강요 △채무자 외 사람에게 채무에 관한 거짓 사실을 알리는 행위 △채무자 직장·거주지 등 장소에 다수가 모인 상황에서 채무 관한 사항을 알리는 행위 등이다. 이는 최근 법무부가 ‘불법 채권 추심 행위로 피해자의 일상이 파괴되고, 나아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대검찰청에 ‘엄단’을 지시한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양형 기준은 이를 크게 밑돌고 있다. 폭행 등의 행위의 경우 양형기준은 6월~1년 6월(기본)에 불과하다. 범행 수법이 불량하거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등 가중 요소가 있더라도 최대 3년 6개월이다. 법정 최고형·양형 기준 사이 1년 6개월의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오히려 △자수 △반성 △초범 △공탁 등 감형 요인이 있으면 양형기준은 8월 이하로 낮아진다.

늦은 밤 방문 등 불법 채권 추심 행위도 양형기준은 기본 4월~10월로 법정형(3년 이하)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중 요소가 있더라도 양형 기준 상한선은 2년에 그친다. 오히려 감경 요소가 인정되면 처벌 수위는 6월로 낮아질 수 있다. 미등록 대부업의 경우 양형기준은 6월~1년(기본)이다. 이는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형인 5년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범행수법 불량 △대규모 영업 규모·수익 △동종누범 △의도적 범죄수익 은닉 등 가중요소가 있더라도 상한선은 1~4년에 그친다. 반면 반성, 공탁 등 감경 요인이 반영되면 처벌 수위는 징역 10월 이하로 낮아진다. 이는 이자율 제한 위반 등도 마찬가지로 법정 최고형이 5년이지만, 양형기준은 4월~10월에 불과하다. 양형기준상 상한선도 ‘8월~2년’에 그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앞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앞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불법 사금융 엄단에는 양형기준의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정형 상향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등 법률 개정 사항이다. 그만큼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양형기준 강화 등부터 서둘러야 ‘솜방망이’ 처벌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법원은 최고 5000%의 ‘살인적 이자’를 받거나 못 갚으면 협박을 일삼은 불법 사금융 조직 여성 관리자 2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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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불법 채권 추심의 경우 죄질이 좋지 않더라도 양형기준상 최고형은 3년 6개월에 불과하다”며 “법정형도 높지 않은데다 양형기준도 낮아 검찰이 불법 채권 추심 수사과정에서 구속영장 청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채권추심법·대부업법상 처벌 수위가 낮은 상황에서 양형기준마저 이를 밑돌고 있어 현 정부가 강조한 ‘엄정 처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최근 불법 채권 추심에 대해 채권추심법을 엄정 적용하고, 사건처리기준(구형) 상향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상 잠정 조치 제도도 활용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청구 등이 불법 채권 추심 피해자나 가족 등의 불안·공포감을 낮추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법정에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를 하게 된다면, 채무자의 가족, 동료 등에 대한 보호는 강화될 수 있다”며 “추심 채권자 전체를 준범죄자로 취급할 수 없다는 만큼 사채업자 등 미등록 채권추심업자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 업체라도 고용한 직원이 불법 채권 추심을 할 수 있다”며 “그만큼 이들 업체들이 직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정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권추심법 16조(양벌기준)에서는 불법 채권 추심 행위를 한 이를 고용한 개인·법인 등에게 벌금형을 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단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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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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