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 “금리 인상 끝났지만 내년 인하는 이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장

“통화정책 시차 있어 인내심 필요”

“한은. 美 구애받지 않을 수 있어”

“가계부채는 모니터링 필요한 문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대부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면서도 내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 통화정책과 별개로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경고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진행된 한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은 시차가 있기 때문에 물가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차가 있어 중앙은행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BIS는 대표적인 중앙은행 간 협력체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은행 역할을 하는 기구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멕시코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2017년부터 BIS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먼저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대부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끝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총수요를 억제하고 투자·소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융안정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많은 국가에서 이런 충격이 생각보다 완만하게 나타났다”며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되는 상황에서 많은 국가들이 연착륙을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그렇다고 우리가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BIS 사무총장 기자간담회. 사진제공=한은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BIS 사무총장 기자간담회. 사진제공=한은


최근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물가 둔화세가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중 주요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확률이 21.0%로 나타났다. 5월 FOCM에서는 5.00~5.25%(39.7%)와 4.75~5.00%(8.1%)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확률이 47.8%로 5.25~5.50%(46.3%)로 동결할 확률보다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물가가 충분히 안정돼 통화정책 영향이 충분히 발휘됐다고 생각될 때까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은 시차 때문에 물가와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중앙은행들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는 금리를 먼저 올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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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미국 상황과 별개로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은이 신뢰할 만한 통화정책을 쓰고 있고 자율성을 보장받는 기관으로써 충분히 정책 외부 상황이나 미국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미국 통화정책이 중요한 것도 맞지만 신뢰할 만한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킬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의 중립금리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의 대담에서 한국이 고령화 등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자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의 중립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한국도 이와 동조해 오를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둘 중 누구의 말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 총재와 서머스 전 장관) 모두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라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이 총재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매우 큰 사안이지만 인구학적 변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를 하향 조정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아구스틴 가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아구스틴 가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CBDC와 미래 통화 시스템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BIS는 주요국을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신용갭(credit-to-GDP) 등 부채 관련 지표를 분기마다 공개한다. BIS에 따르면 주요 4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01.5%로 스위스(128.0%), 호주(110.6%), 캐나다(101.9%) 등에 이어 4위로 높은 수준이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 넘는 상황인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이런 상황을 평가할 때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택 개발과 좁은 국토 면적과 관련돼 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지방 정부나 개발업자, 은행 등이 공조해 집값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이 최근 2년 동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이뤄낸 것과 달리 한국은 급격한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해 대출을 늘렸던 상황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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