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첫 '공정수능'이 남긴 과제

박성규 사회부 차장





“사실상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아니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수학 공통 과목 22번 문항에 대한 ‘킬러’ 논란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출제 당국과 대다수 입시 업체들이 이번 수능에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항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일부 수험생과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해당 문항의 경우 교묘하게 함정을 파놓아 정답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가채점 결과 해당 문제 정답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킬러 문항 논란은 매년 수능 때마다 반복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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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육 당국 입장에서 이번 킬러 문항 논란은 특히 뼈아프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를 꾸리고, ‘공정수능 자문위원회’도 운영했다.

물론 교육부는 22번 문항이 매우 어렵지만 교육 과정을 위배하거나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문제 풀이 기술’을 요구하는 문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킬러 문항 출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사교육비 증가가 킬러문항의 함수였던 점을 고려할 때 사교육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와 평가원 역시 사교육비 경감이 킬러 문항을 배제한 핵심 이유였기 때문에 논란을 무시할 수도 없다. 킬러 문항 정의에 대해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이런 논란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최소한 킬러 문항 논란이 일고 있는 문항에 대해서라도 정규 과정 내에서 출제됐는지, 왜 킬러가 아닌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킬러 문항이 아니어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공교육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해도 22번 문항처럼 초고난도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높은 사고력이 필요한데 수준별 교육이 쉽지 않은 현행 공교육 시스템에서 이 같은 능력을 키워주는 게 가능할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교에서 사고력 함양이 어렵다면 학생들은 학원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교사의 역량 강화,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 입시 제도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불수능 후 물수능’이라는 그간 공식에 따라 2025학년도 수능이 쉬워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온다. 수능 난도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과 N수생의 규모에 따라 영향을 받긴 하지만 N수생 변수 등에 영향을 덜 받도록 좀 더 촘촘히 이번 수능을 분석해야 한다.

공정 수능이 첫 막을 올렸다. 킬러 배제에도 변별력 확보라는 다수의 평가보다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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