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쇄신’ 말로만 외치지 말고 여당·대통령실부터 기득권 버려야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면서 민심과의 소통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변화와 쇄신’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당 혁신위원회는 당의 근본 체질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날 처지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반짝 변화’의 시늉만 했을 뿐 그전처럼 안이한 ‘웰빙 정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권이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핵심 참모 등이 국민의 삶과 나라 미래보다 자신들의 자리와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데 있다. 당 지도부와 친윤(親尹)·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험지 출마나 불출마 등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맞서 세 과시와 침묵,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를 찾아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 이야기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교감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볼썽사나운 ‘윤심(尹心)’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오랫동안 30%대에 머물고 있는데도 당과 대통령실에서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안정적 국정 운영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구조 개혁 등 국가 중대 과제 수행이 차질을 빚게 된다. 여권이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을 비롯한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려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부터 기득권에 집착하지 말고 희생하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당정대(黨政大, 여당·정부·대통령실)’를 전면 개편해 ‘윤석열 정부 2기’로 새 출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에서 벗어나 쓴소리를 경청하는 등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또 실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들을 국정의 주요 포스트에 배치해 경제 살리기와 안보 강화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인사 잡음 등과 관련해 국정원장과 국정원 1·2차장을 경질했는데 다시는 국가정보기관이 내부 갈등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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