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대한민국 R&D, 효율성에서 효과성 중심으로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정부출연硏 연구성과 우수하지만

R&D생태계 여전히 추격형 머물러

파급효과 큰 미래기술 과감히 도전

국가혁신 선도 연구기반 구축 필요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자기경영노트(The Effective Executive)’에서 “효율성(efficiency)은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Do things right.)이고, 효과성(effectiveness)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Do right thing)”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효율성은 ‘주어진 일을 적은 자원으로 어떻게 빨리 해내는가’의 문제인 반면, 효과성은 ‘실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를 잘 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논리를 연구개발(R&D)에 적용하면 패스트 팔로어에게는 효율성이 중요할 것이고 퍼스트 무버에게는 효과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효율을 걷어내고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R&D 체질 개선에 진력하고 있는 현재, 우리는 과연 효과성 있는 올바른 R&D를 추구하고 있는지, 혹시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애쓰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국가 R&D 예산의 19%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어떨까. 최근 발표된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중 35건이, 최우수성과 12건 중 4건이 정부출연(연)에서 창출된 성과였다. 또한 정부출연(연)의 연구 성과들이 기업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한 결과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부터 발생한 우리나라의 총기술료 수입의 40% 이상이 정부출연(연)의 성과로 나타났다. 기술이전 건당 기술료 수입도 국내 기술료 상위 24개 대학의 수입 합계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처럼 주요 성과 지표에서 이룩한 결과는 효율성 높게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공공 부문의 R&D를 대표하고 있는 정부출연(연)의 국가·사회적 기여 측면에서의 효과성도 과연 높게 평가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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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R&D에 있어서 효과적인 것, 즉 올바른 일이란 무엇일까. 공공 R&D는 국가·사회적 관심을 과학기술로 풀어가야 하는 분야로서 기본적으로 환경·보건·에너지·식량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서 주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 R&D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도 파급효과가 큰 혁신 과제와 미래 기술에 과감히 도전해 국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과학기술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 실패 확률이 높은 미래 기술 개발에 처음부터 뛰어들기에는 많은 위험 요소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R&D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효율성에서 효과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것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돼 있는 R&D 생태계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견인해온 빠른 추격자 전략에 완벽히 적응돼 있는 연구 주체들의 체질 전환이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달 18일 미국 민간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심우주용 발사체 ‘스타십’이 첫 번째 발사 실패 이후 7개월 만에 두 번째 시험발사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1차 시험발사에서 실패했던 2단 분리에는 성공했다. 1차 실패에서 얻어진 새로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 결과다. 결국 거듭되는 실패에도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는 것이 R&D 분야 업(業)의 본질이고 이를 통해서 얻어진 과실이 사회 및 산업과 연결돼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R&D 예산 감축 논란이 이어지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R&D 업의 특성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차제에 국가 R&D 생태계가 효율성과 효과성이 잘 조화된 체제, 그리고 과학기술 주요 10개국(G10)의 위상에 걸맞은 시스템과 제도·문화가 확실히 정착되도록 과학기술 혁신 주체들이 다함께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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