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성공적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수조건

[홍성호 한국지멘스에너지 대표이사]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하려면

전력망 강화 등 전방위 노력 요구

빈국지원·혁신기술 상업적 이용 등

COP28서 로드맵·방안 마련해야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하는 ‘골든 타임’이 임박한 가운데 11월 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두바이에서 열린다.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현실적인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7000여 명의 각국 대표단이 모인다.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인 368억 톤을 기록했다. 나아가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30년까지 약 2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기본적인 전기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7억 7500만 명에 달한다.



탄소 중립(net zero) 달성을 위해 우리의 생활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에너지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사회 발전과 경제성장의 토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물론 사회 발전도 둔화된다.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특정 연료와 기술·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인프라와 생태계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중대한 변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온실가스 배출을 일으키는 에너지, 산업, 폐기물, 농업, 토지 사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지키려면 세계는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확대, 전력망 강화, 탄소 저감이 힘든 산업을 위한 그린수소 개발,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에너지효율 향상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대규모 투자다. 에너지 요금이 계속 낮아질 수 없음을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동시에 세계 최빈국이 에너지 전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 재난 피해를 입은 취약 국가에 '손실과 피해 기금’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이 한 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COP28에서 기후 금융을 변화시킬 프레임워크 개발이 논의되기를 기대해 본다.

두 번째는 효과적인 실행이다. 새로운 전력망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자원, 공장 및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데 규모가 거대한 만큼 기준과 조건을 효과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나아가 쉽고 빠르며 예측 가능한 허가 절차뿐만 아니라 보다 표준화된 장비와 개념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는 수소가 기존 연료인 천연가스에서 대체 가능함을 확인하고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실행 방법을 찾고 있다.

세 번째는 혁신이다. 2050년 전체 탄소 배출 절감량의 45%는 앞으로 출시될 기술로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시장에서 혁신 기술을 어떻게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에너지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오랜 시간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혁신적인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혁신에 따른 리스크와 보상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인류가 기후 위기라는 큰 과제를 직면하고 있지만 에너지 산업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혁신 기술의 지식과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희망하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COP28에서 전 세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과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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