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1970년대생 사장 첫 발탁… 투톱 체제로 전열 정비해 반격 노린다

신사업추진단 본떠 미래기획단 설치

메모리 성장 주역 전영현 부회장 중심

"10년 후 패러다임 전환" 기대

글로벌 경영 환경 불안 속 변화는 최소화

1970년대 사장 발탁 등 쇄신 의지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해령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해령기자




내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난 삼성전자(005930)의 선택은 안정 속 조용한 혁신이었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교체를 최소화해 위기를 넘기기로 하면서다. 삼성전자는 다만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반도체와 바이오의 뒤를 잇는 성장사업을 발굴하고 최초의 1970년대 생 사장도 발탁해 세대교체의 신호탄도 쏘아올렸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반도체(DS) 부문에서 사장단 경질이 한 명도 없었던 배경에는 내년까지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것은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7일 발표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미래사업기획단의 신설이다.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수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질 예정이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로 2009년 설치됐던 신사업추진단과 비슷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후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신사업추진단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단장을 맡아 태양광·발광다이오드(LED)·자동차용 전지·바이오·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이끌었다. 이중 자동차용 전지와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핵심 먹거리 사업으로 성장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미래 신사업 발굴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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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내년 초 부당합병 재판 1심 선고 후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씻어낸다면 미래사업기획단의 활동과 함께 본격적인 ‘뉴삼성’ 경영을 펼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에서 쇄신을 추구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 모바일·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DS부문 모두 수장이 유임됐다. DS부문은 올해 조 단위 적자를 이어오며 부진한 실적에 시달렸지만 글로벌 시장 흐름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과로 해석된다. 3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의 반등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DX부문의 실적 호조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부 분위기를 다잡으며 흐름을 끌고 가겠다는 의미다.

12월 초 발표되던 인사를 한 주 앞당긴 것 또한 불필요한 내부의 혼란을 최소화해 현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대대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DS부문의 각 사업부장(사장)들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경 사장이 DS부문장을 유지하면서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겸임하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사업 관리와 더불어 미래 준비에 더욱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해석이다.

인사 폭은 최소화했지만 젊은 리더들을 과감히 발탁해 쇄신 의지를 천명한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용석우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첫 1970년생 사장으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오너 일가인 이부진(53)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중 첫 1970년대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조만간 이어질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40대 부사장 17명을 새롭게 배출하면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21년에는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하고 임직원 승진 때 ‘직급별 체류 기간’도 없애는 등 나이와 관계없이 능력에 따른 인사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관료 출신인 김원경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GPA)실장을 사장으로 과감히 발탁한 것도 조직 내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한 시도로 평가 받는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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