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영국과 그리스의 정상회담이 개최 몇 시간 전에 취소됐다.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고대 그리스 유물 반환을 둘러싼 양국의 해묵은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밤 성명을 내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몇 시간 후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낵 총리와 국제사회의 주요 과제와 함께 파르테논 조각들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랐다"며 "자신의 입장이 옳고 타당하다고 믿는 사람은 논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파르테논 조각은 19세기 초에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들이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에 점령된 상태였다. '엘긴 마블스'로도 알려진 이 조각들은 현재 영국 런던의 영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영국이 그리스의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아 양국이 수십 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26일 방송된 마초타키스 총리의 BBC 인터뷰가 이번 정상회담 취소의 도화선이 됐다. 마초타키스 총리는 인터뷰에서 "모나리자'를 절반으로 잘라 반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나머지 절반을 영국 박물관에 둔다면, 그 작품의 아름다움을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이 발언에 대해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낵 총리의 대변인인 맥스 블레인은 28일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파르테논 조각 반환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레인은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낵 총리는 회의가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