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엑스포 개최 도시 결정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해 아쉽게 탈락했다. 리야드에 비해 늦은 유치 경쟁 출발에도 민관이 함께 총력전을 펼치며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석유 부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산은 유치전 초반 약체로 분류됐지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부산 엑스포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은 ‘원팀 코리아’ 정신으로 182개 BIE 회원국을 접촉했다.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유치위는 지구를 495바퀴 돌며 유치전을 펼쳤다. SK와 삼성·현대차·LG·롯데 등의 기업인들은 175개국, 3000여 명의 정상·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나면서 전 세계를 저인망식으로 훑는 강행군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계 96개국의 정상 110명과 회담을 갖고 지지를 요청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기업 등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했는데도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것은 아쉽지만 낙담만 할 수는 없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소중한 자산이다. 윤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엑스포 유치 노력을 설명하며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친구를 얻게 됐고 전 세계는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잠재력이 많이 인상적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제 영토를 넓혀 수출을 확대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한다. 유치전에서 쌓은 네트워크는 글로벌 시장에 한국 제품을 알리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부산의 엑스포 개최 도전도 계속돼야 한다. 우리는 세 번의 시도 끝에 2018년 평창올림픽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29조 원의 경제적 효과도 거뒀다. 부산이 이번 유치전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세계적인 미래·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도 평창처럼 다시 일어나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고 국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