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대형마트 ‘반값 할인’이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점포 개장 전부터 ‘득템’을 위해 문 앞에 길게 늘어서는 대기자들도 재등장했다. 외식 물가는 물론 생필품까지 오름세를 이어가고, 금리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자 집에서 식사하려는 가계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마트 오프라인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주요 e커머스 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온라인 반값 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29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의 식비 지출 중 내식 비중은 50.7%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3.1%포인트 증가해 2019년 3분기 수준을 회복했다. 외식물가가 계속 오름세라 집밥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3분기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외식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해 전체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인 3.1%를 웃돌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분기와 달리 3분기부터 가계가 소비 여력 둔화를 본격적으로 느끼면서 불황형 소비와 함께 내식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트 3사가 이달 들어 반값 할인 행사를 잇따라 열자 한때 찬바람이 불었던 오프라인 매장에는 소비자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롯데마트가 2일부터 8일까지 ‘레드페스티벌’을 열고 선보인 반값 삼겹살과 킹크랩은 모두 완판됐다. 기간 중 돼지고기와 갑각류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요일보다 150%, 350%가량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행사 초반 이틀 동안 물량이 빠르게 소진돼 급히 추가 물량을 10% 더 확보해야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위크 행사 2주차 금·토·일요일인 이달 17~19일 전체 수산 매출은 전년대비 43% 증가했다. 축산은 등심과 국거리, 불고기 등 반값 품목을 중심으로 한우 전체가 97% 올랐다. 13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쓱데이’ 기간 중 이마트 매출 역시 전년 같은 행사 대비 22% 늘었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이같은 흐름 때문에 4분기 대형마트의 실적 개선까지 예상하고 있다. 11월 내놓은 대형 행사들이 모두 호실적을 거둔 데다 가계의 내식 소비 지출도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식품 매출 비중이 60~70%수준으로 높은 업종 특성상 최근 성장세가 무서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과의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김 연구원은 “저축률 감소와 이자 부담에 따른 가계의 소비여력 둔화와 외식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4분기도 가계의 내식 소비 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4분기에 가계의 내식 소비가 상반기보다 증가할 경우 할인점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과 12월 연말 행사가 있어 이 시기가 4분기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의 ‘반값 오픈런’에 대응해 온라인에서도 ‘광클’을 부르는 할인 행사가 늘고 있다. SSG닷컴은 연말을 맞아 ‘반값 한우’ 행사를 연다. 30일부터 일주일 간 한우를 최대 50% 할인하기로 했다. 1+등급 불고기와 국거리의 가격은 2000원 대까지 내렸다. 컬리도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특가로 즐기는 한우’ 기획전을 운영한 바 있다. 130여 종 상품을 최대 반값에 내놓자 관련 매출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