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내부통제 부실" 직접 책임물어…증권사 인사태풍 몰아친다

[금융위 '라임사태' 중징계 확정]

박정림·정영채 대표 연임 힘들어

KB證 차기 대표 은행출신 거론

NH투자證도 계열사서 차출론

임원진도 대거 물갈이 가능성

KB·NH證 법적대응 여부 검토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위원회 중징계로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향해 ‘소상공인들이 종노릇’을 해왔다고 작심 비판하고 29일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익률 몇 %를 잃으면 펀드 하나를 잃지만 투명성을 잃으면 회사를 잃을 수도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이번 중징계도 그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경우 채권 만기 불일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성과급 잔치 등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의 기강을 잡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금융 당국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내부통제 책임을 직접 물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KB증권 등은 펀드의 핵심 투자 구조를 형성하고 관련 거래를 확대시키는 과정에 관여했는데도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만큼 임원에 대해 중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만 해도 박 대표가 가장 수위가 높은 직무 정지를 받은 데는 펀드 판매뿐 아니라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거래를 통해 펀드 규모를 키우는 데 관여하고도 적절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이 주원인이었다. TRS란 신용파생상품의 한 종류로 라임자산운용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담보대출 격인 TRS를 끌어다 쓰면서 펀드 규모를 키웠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횡재세 논란부터 상생 금융까지 당국이 금융사를 압박하고 원리·원칙을 따지고 있는 만큼 강한 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중징계로 증권 업계 전반의 세대교체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금융투자 업계를 주름잡던 82학번(1963년생)이 물러나고 80년대 중반 학번이 새롭게 CEO 진용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 대표와 정 대표의 연임이 불가능해지며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필두로 주요 증권사들이 CEO 교체를 검토하고 나섰다. KB증권은 전면 쇄신론이 나온다. 이달 21일 취임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첫 사장단 인사와 맞물리면서 조직의 전면 개편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KB증권은 박 대표(자산관리·WM)와 김성현 대표(투자은행·IB)의 각자 대표 체제로 2018년부터 2년씩 3연임 중이다. 박 대표의 연임이 불발되면서 김 대표 역시 함께 교체될 수 있다는 추측이 있다. 앞으로는 각자 대표에서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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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대표가 바뀐다면 차기 후보로는 최재영 KB국민은행 WM고객그룹대표(부행장)와 강순배 KB국민은행 기업투자금융(CIB) 총괄 등이 언급된다. 최 대표는 KB증권 WM부문장(부사장)을 겸임 중인 데다 1967년생으로 50대 중반 CEO가 속속 발탁되는 여의도 분위기와도 어울린다는 평이 나온다. 강 총괄은 KB증권 IB부문장을 겸임 중인데 KB증권이 현재와 같은 각자 대표 체제로 갈 경우 김 대표 자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NH투자증권도 변화의 폭이 클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올 1월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를 두고 내부 인사 발탁과 금융지주 계열사 인사를 배치하는 안 사이에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부 인사가 발탁된다면 윤병운 IB사업부 부사장과 권순호 OCIO사업부 전무의 차기 대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KB증권은 박 대표 중징계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NH투자증권도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동산PF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출 조건으로 부실채권을 권유하는 ‘꺾기’ 의혹을 받는 하이투자증권의 홍원식 대표의 경우 지주사인 DGB금융그룹의 김태오 회장 후임 인사가 결정되기 전까지 교체·연임 여부가 안갯속이다. 홍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연임 가능성이 높은 CEO도 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이다. 김 사장은 젠투파트너스·라임펀드 관련 사적 화해에 따른 일회성 충당금을 제외하면 대체로 실적을 선방했다는 평가다. 오 사장은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 내년 3월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오 사장에 대한 재신임 여부는 12월 중순 연말 임원 인사 발표와 맞물려 공개된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도 부동산PF·대체투자 등 업계 전반을 강타한 악재를 뚫고 위험관리를 잘해낸 CEO로 평가받는다. 다만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전체적인 인사 이동 가능성이 변수다.


서종갑 기자·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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