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저평가 기업 투자 가르쳐준 사람"…버핏 '60년 단짝'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별세

1976년부터 버크셔해서웨이 합류

수십개 사업 영위 투자사 변모시켜

독특한 발상과 통찰의 '멍거리즘'

투자자들에 격언처럼 받아들여져

향년 99세로 별세한 찰리 멍거(오른쪽)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향년 99세로 별세한 찰리 멍거(오른쪽)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단짝이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투자자 중 한 명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2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9세.

이날 버크셔해서웨이는 성명에서 “멍거 부회장이 이날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임종을 맞았다”고 전했다. 내년 1월 1일 100세 생일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채다.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성명에서 “찰리의 영감과 지혜,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날 버크셔해서웨이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랜 친구에게 애도를 보냈다.



버핏과 같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멍거는 1959년 지인의 소개로 버핏을 처음 만난 후 60년이 넘는 우정을 이어왔다. 1924년생으로 버핏보다 7세 많은 멍거는 미국 대공황기 버핏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가게에서 시간당 20센트를 받으며 토요일마다 일했지만 당시에는 버핏과 서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부동산 변호사로 일하던 멍거는 1965년 버핏의 설득 끝에 변호사를 그만둔 채 전문 투자자의 길로 들어섰고 1976년 버크셔에 본격 합류해 1979년부터 부회장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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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몰락하던 섬유 제조업체 중 하나였던 버크셔해서웨이를 보험과 투자를 중심으로 철도, 에너지, 제조 및 소매업 등 수십 개 사업을 영위하는 세계적인 투자사로 변모시켰다. 로이터통신은 멍거와 버핏이 버크셔를 수십억 달러의 대기업으로 변화시켰다며 “이들의 만남은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것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는 1965년부터 55년간 연평균 20%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멍거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에게 많은 영감을 준 인물로도 유명하다. 원래 버핏은 쓰러져가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수익을 내는 이른바 ‘담배꽁초 투자’ 스타일을 고수했지만 멍거를 만난 후로는 ‘훌륭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확장했다. 버핏은 2016년 한 인터뷰에서 멍거에 대해 “그저 그런 회사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사서 적은 이익을 얻겠다는 기존 생각에서 벗어나 정말 훌륭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을 내게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 멍거는 자신이 확신하는 투자 기회를 만나기 전까지는 쉽게 움직이지 않으며 그저 그런 투자 제안을 모두 마다하는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이런 멍거를 두고 버핏은 ‘지독한 노맨(abominable no man)’이라는 장난스러운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주로 버핏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멍거 역시 뛰어난 투자자로 많은 존경을 받았다. 매년 5월 오마하에서 2박 3일간 진행되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과 멍거가 함께 진행하는 질의응답(Q&A) 세션은 언제나 화제를 불렀다.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전해진 그의 독특한 발상과 통찰은 ‘멍거리즘(Mungerism)’이라고 불리며 투자자와 기업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는 격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멍거는 또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무가치한 사업 등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일부 기업 경영진들이 받는 보상이 “도덕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으며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일부는 사기, 일부는 망상”이라며 독설을 날렸다. 비트코인은 ‘독’이라며 규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멍거와 버핏은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존중했으며 사적으로도 가족이나 다름없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버핏은 “우리는 거의 60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도 했다. 버핏만큼은 아니지만 멍거 역시 버크셔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으로 ‘억만장자’다. 포브스는 올해 초 기준 그의 재산이 26억 달러(3조 3670억 원)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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