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민주당·김진표 국회의장 등을 규탄하는 농성을 연달아 열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방통위원장,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민주당은 내달 1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실시할 방침이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150명)의 동의만 얻으면 가결할 수 있다. 여당이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동의의건’을 상정해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를 시도했다. 하지만 의석 과반을 가진 거야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저지할 뾰족한 수가 없는 여당은 여론전에 집중했다. 본회의 전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국회 본관 내 국회의장실을 찾아 김진표 국회의장에 강력 항의했다. 중진 의원들은 의장실에 직접 들어가 김 의장에게 ‘편파적 의사 진행’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초·재선 의원들은 의장실 앞 복도에 4줄로 앉아 김 의장을 규탄하는 구호(“편파적인 국회운영 국회의장 사퇴하라”)를 외쳤다.
본회의 산회 직후에는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의장 사퇴 촉구 및 의회 폭거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김 의장은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의회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75년 헌정사의 가장 부끄러운 본회의를 열었다”며 “김 의장은 최소한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정략적 술수에 불과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막을 수 있었지만 민주당과 짬짜미로 의회폭거의 장본인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 예정된 본회의는 내년 예산을 위한 예비 일정이었다”며 “민생을 위해 열려야 할 본회의를 민주당을 위해 강행하는 건 명백한 국민 기망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민주당이 또다시 탄핵폭주를 시작했다.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치적 당리당략적 목적만 위해 국회 권한을 과도하게 오남용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생떼 탄핵소추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을 향해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들러리를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민주당 스스로도 망가진 길을 가고 있지만, 김 의장도 헌정사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치욕적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9시부터 1일 아침 7시까지 밤샘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2개의 ‘철야 농성조’를 편성했고, 초선부터 최다선(5선)까지 여당 의원 대부분이 참여할 방침이다.